유럽연합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연합뉴스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 권리 존중'이라는 유화책을 내놓은 가운데 EU(유럽연합)는 약속을 지키는 조건부 협력을 내걸었다. 다만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외교장관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탈레반의 아프간 수도 카불 점령에 대해 논의했다.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고위대표는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탈레반을 인정한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면서 "여성과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EU의 최우선 순위가 EU 관계자들이 카불에서 대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관계자와 그 가족들까지 약 400명이 현지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 규모가 유지되고 더 늘어나야 하지만, 조건이 충족돼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피난 가능성과 인도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 조만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렐 고위대표는 "카불에 있는 당국과 연락을 취해야 한다"면서 "탈레반이 전쟁에서 승리했고, 우리는 그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하는 탈레반 대변인. 연합뉴스앞서 탈레반은 카불 점령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사회와 평화적 관계를 맺길 원하고, 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진 않았지만, 20년 전 통치 방식보다 온건해진 내용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탈레반의 테러 가능성을 경계했다.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테러의 온상으로 만들도록 가만두면 안 된다"면서 "탈레반은 국제적 테러리스트들이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스톨텐버그 사무총장은 "테러 단체가 부활을 시도하고 나토의 동맹국을 대상으로 공격할 계획을 세운다면, 우리를 멀리서도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보안군의 일부는 용감하게 싸웠지만, 나라를 지키지 못했다"면서 "아프간의 정치 리더십이 탈레반에 맞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고, 아프간 시민들이 필사적으로 원했던 평화적 해법을 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아프간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다음주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을 화상으로 개최해 공동의 전략과 접근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