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와 이낙연 후보. 국회사진취재단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의원모임인 '민주주의4.0' 등 중립지대 의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공약인 기본소득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친문 對 반문' 구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이낙연 캠프 모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어 '친문 연대'가 민주당 경선 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친문, 뭉치기 시작했지만…
홍영표 의원을 필두로 민주주의4.0 소속 의원들은 16일 "기본소득은 어느 나라도 채택하지 않은 제도"라며 사실상 이 지사를 직격했다.
당초 7월 말, 8월 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공식 지지하면서 '친문 리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경선 연기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결정적으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완주 의사가 워낙 강해 캠프 소속 의원들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가운데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주의4.0의 '기본소득 반대 선언'은 정 전 총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최대한 뭉뚱그려 이낙연 지지 선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정 전 총리와 저는 문재인 정부 초대 2대 총리로 함께 일한 사이이기 때문에 우리는 성공하는 차기 정부를 세워야 할 책임이 있고, 그런 책임을 이행하는 데 협력할 것"이라며 단일화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것 역시 정 전 총리에 대한 배려로 해석된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황진환 기자이 전 대표 측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총리인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를 지지해야 '친문 리그'라는 상징 연합이 완성된다고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윤건영 의원 등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것은 친문 연대의 효과에 다소 의구심이 들게 하는 지점이다.
민주주의4.0의 기본소득 반대 선언과 향후 정책 세미나 계획 등이 당내 경선 구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긴 하지만,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 의원이 본선 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에 대해선 "워낙 특별한 분이지 않느냐"며 이 전 대표 측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이슈 추격으로는 못 뒤집어' vs '20% 넘을 기회'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반감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두 캠프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아무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기본소득에 반대만 해서는 지지율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이슈를 끌고 가야지, 추격하는 것만으로는 대세를 뒤집지 못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친문 당원들의 완전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반색했다.
2018년 당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민주당에서는 당내외 선거 때마다 친문 당원들의 영향력이 크게 발휘됐다.
일명 '표표철민(김진표·홍영표·전해철·김종민)'이라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다.
그런 만큼 이 전 대표 측에선 지지율이 20%에 미치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힌 상황을 강성 친문의 완전한 지지로 타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주의4.0이 사실상 이 전 대표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최소한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홍영표 의원이 받은 지지율 정도는 확보하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