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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 해상풍력 계측기 '꼼수 허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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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앞바다 해상풍력 계측기 '꼼수 허가' 재점화

    9개월간 공유수면 무단 점·사용한 업체에 8만원 변상금 부과
    주민들 "부실행정 감추려 8만원과 주민 생계 맞바꿨나" 반발
    잘못된 행정으로 야기된 갈등…허가기관-지역주민 갈등 격화

    해상풍력발전. 사진 연합뉴스해상풍력발전. 사진 연합뉴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잘못된 해상풍력 풍황계측기 설치로 논란을 빚은 해상풍력 발전사업체에 '꼼수 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인천해수청은 애초 앞서 잘못된 허가를 준 사실을 인지해 '조건부 허가'를 내줬고, 변상금도 청구했다고 해명했지만 변상금액이 고작 8만원에 그치자 '하나마나한 처분'이었다는 지적이다.
     
    ◇9개월간 공유수면 무단 점·사용한 업체에 8만원 변상금 부과
     
    인천해수청은 인천 앞바다 인근 공유수면을 9개월간 불법 점‧사용한 A업체에게 변상금 8만원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A업체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옹진군 굴업도 서측 20~50㎞ 해역에 풍황계측기 2기를 무허가로 점·사용한 것에 대한 변상금이다. 풍황계측기 1기당 4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한 것은 계측기의 면적이 불과 3.3㎡(옛 1평형) 미만이기 때문이다.
     
    풍황계측기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하기 앞서 사업의 경제성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하는 장비다.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1년간 사업 예정지의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측정한 값을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해역을 어장으로 사용해온 옹진군 덕적·자월도 주민들은 '하나마나한 행정조치'라고 비난했다. 강차병 이작도 어촌계장은 "어업활동이 이뤄지는 곳에 발전사업을 한다는 사실에 우려가 크다"며 "잘못된 허가를 내준 책임을 고작 8만원으로 때우려는 거냐"고 말했다.
     
    ◇주민들 "부실행정 감추려 8만원과 주민 생계 맞바꿨나" 반발
     
    덕적·자월도 주민들은 A업체가 발전사업 예정지로 정한 해역이 어장과 겹치기 때문에 이번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A업체가 주민 동의 절차도 없이 발전사업 허가 신청 직전 단계까지 손쉽게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옹진군과 인천해수청의 잘못된 행정으로 주민들의 생계 문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알릴 창구마저도 사실상 없어졌다는 것이다.
     
    인천해수청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계측기 설치를 법적으로 승인해 주겠다며 '조건부 허가'를 내줬지만 이마저도 '아무 의미없는 조건'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A업체가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계측기를 설치했던 A업체는 인천해수청이 올해 10월 이전에 허가를 취소하지 않는 한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인천해수청은 A업체에게 별도 주민 동의 획득 기한을 따로 정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조건부 허가를 발표한 지 3개월 이내에 주민 동의를 받지 못했다며 허가를 취소하기에는 A업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최근 A업체에게 다시 한 번 계측기 철거를 권고했다"며 "업체 측에서 내부 회의를 거친 뒤 입장을 전해주겠다고 해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덕적·이작도 주민들이 8만원 변상금 부과에 대해 '꼼수 허가'라며 강력 반발하는 건 이같은 사정 때문이다. 정부기관들이 잘못된 행정을 무마하려고 겨우 8만원과 주민 생계를 맞바꿨다고 여기는 것이다.
     
    ◇잘못된 행정으로 야기된 갈등…허가기관-지역주민 갈등 격화
     
    인천해수청의 변상금 조치가 문제가 된 건 애초 A업체가 잘못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A업체는 지난해 인천 옹진군의 허가로 인천 앞바다에 해상 풍향계측기 4기를 설치했다. 그런데 그중 2기가 옹진군 권한 밖 해상에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보통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우리나라 영해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럴 경우 해당 기초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만, A업체가 신청한 2곳은 영해 밖, 즉 공유수면이었다. 공유수면 해상의 점·사용은 정부기관이 허가한다.
     
    이에 옹진군은 올해 5월 해당 계측기 2기에 대한 점·사용 허가를 취소했지만 원상복구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이를 넘겨받은 인천해수청도 원상복구 명령은 생략하고,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건'을 내걸어 설치를 허가했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은 공유수면의 점·사용 허가 또는 승인 취소된 자에게는 반드시 원상회복 명령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상회복을 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단, 조난된 선박 등 구난 작업이나 응급조치를 위해 공유수면을 점·사용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반면 단순 무단 점·사용에 대해서는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옹진군과 인천해수청이 A업체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지 않은 건 업체의 손실보상 요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옹진군은 허가 권한이 없는데 허가를 내줬고, 인천해수청은 옹진군이 처음 허가를 내기 전에 문제가 없는지 의견을 구했을 때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A업체는 옹진군과 인천해수청에게 해당 계측기를 설치하는데 수억원, 철거하는 데 수십억원이 들어간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경우, 어느 기관의 잘못이 더 크던 결과적으로 손실보상 청구를 받게 되면 정부예산으로 수억원을 물어내야 할 상황에 닥칠 수 있어 정부의 재정 건전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업체가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본격 추진할 경우 즉각 영향을 받는 옹진군 덕적·자월도 주민들 사이에서 "애초 잘못된 행정을 감추기 위해 업체에게 유리한 편파행정을 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인천 앞바다 해상풍력 발전사업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올해 10월 이전에 계측기 설치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오면 A업체는 허가기관에 손실보상 요구를, 이대로 A업체가 1년치 풍황계측 자료를 얻는다면 주민들은 감사 청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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