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최연숙 사무총장이 2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앞에서 이날 새벽 여당 단독으로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강행처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야권의 거센 반발로 2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본회의를 오는 30일 다시 열기로 합의하면서 결국 언론중재법 처리 시점만을 뒤로 미룬, 이른바 시한폭탄을 만들어 놓은 셈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국회의장의 주재 아래 회동을 가졌다.
당초 본회의가 이날 열리기로 돼 있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같은 날 새벽 마무리된 탓에 국회법에 따라 순연이 불가피했고, 이에 본회의 일정을 조율하기 위한 자리였다.
법안 처리를 촉구 중인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26일 개의 주장도 있었지만 언론중재법에 대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야당의 입장을 반영해 다음주 월요일인 30일로 본회의 일정이 잡혔다.
본회의 의사일정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입장 차 등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하다.
윤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던 안건, 법안과 인사에 관한 안건 모두 (30일에) 처리하기로 했다"며 "저희는 전원위원회의 소집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열리는 전원위원회는 정부조직에 관한 법안,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안에 대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 논의하는 제도다.
재적위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가 가능하고,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수정안을 의결할 수 있어 민주당 의원만으로도 충분히 수정안 마련이 가능하다.
주목할 부분은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찬성하는 진영인 민주당이 전원위 요구에 나선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 현장에 참석해 규탄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결심하더라도 전원위가 필리버스터보다 먼저 진행되고, 전원위에 야당 의원들도 참여를 해야 하는 만큼, 필리버스터는 무력화면서 동시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명분은 살린다는 전략인 셈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중법이라고 이름붙여진 '언론재갈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반대할 수 밖에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언론재갈법이 처리되지 않도록 여러 방법을 끝까지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강행을 고민 중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를 두고는 내부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직접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찬성 의견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자칫 언론중재법 성토의 장이 아니라 여야 간 찬반 토론의 장이 될 경우 단점만 일방적으로 부각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이후부터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대북전단금지법 등의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강제 종료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에는 부담이다.
이같은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정국 급랭이 예상된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는 데다, 30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국회 부의장 한 자리와 언론중재법의 소관 상임위였던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비롯한 다수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는 만큼 국회 운영 중 파열음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할 경우 정권 퇴진 운동까지 나설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언론중재법에 대해 다소 엇갈린 의견을 가지고 있었던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달리 보수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개정안 처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어 향후 대선 정국에서도 뜨거운 공방의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