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56) 씨가 3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56)씨 사건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의 미숙한 수사 역량이 추적 실패의 숨은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올해 6월부터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수사권을 획득했지만, 기대했던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에 공조를 요청면서도 전과 14범에 달하는 강씨의 전과 전력은 공유하지 않고, '검거' 협조만 통보하는 등 어설픈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7일 오후 5시 31분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강씨를 추적하기 위해 보호관찰관 등 보호감찰소 공무원 총 60여명이 출동했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보호관찰소 직원도 합류한 셈이다. 강씨가 29일 직접 경찰에 자수할 때까지 투입된 인원은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동 인력 중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신분의 보호관찰관은 30여명 정도로 파악됐다. 통상 특사경 지위는 전자발찌 피부착자를 관리하는 전자감독 담당 보호관찰관이 맡게된다. 보호관찰관은 업무 영역에 따라 소년보호관찰, 성인보호관찰 등으로 나눠진다.
특사경 보호관찰관은 '전자발찌 훼손 및 도주' 수사에 있어선 일반 사법경찰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영장 신청부터 압수수색, 검거 등 모든 수사권 행사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강씨를 추적하는데 난항을 겪었고, '연쇄 살인'을 사전에 차단하는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체포영장 신청'이 지목된다. 특사경 보호관찰관은 전자발찌가 훼손된 지 6시간 20분 뒤인 27일 오후 11시 30분쯤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야간이라 신청서를 접수해도 다음 날 오전에 청구여부가 결정된다'며 돌려보냈다.
이후 다음 날 오전 9시 다시 검찰을 찾았고, 오후 2시가 돼서야 영장이 법원에 청구됐다. 강씨 자택을 찾은 특사경 보호관찰관들은 체포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내부 수색을 하지 못했고, 첫 번째 피해자 시신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서울동부보호관찰소 특사경은 체포영장을 처음 신청해 본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인영장의 경우 많이 신청해봤지만, 이번 사건처럼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최대한 추적을 해봤지만, 여러가지로 대응이 아쉬웠던 사건"이라고 밝혔다.
신속하고 전문적 수사 공언했지만…'어설픈 주도권' 지적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 전 피해자와 국민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해 12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에 따라 올해 6월부터 보호관찰관은 수사권을 획득하게 됐다. 당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하고 전자발찌 피부착자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뤄진 결과다.
법무부는 지난 5월 보도자료를 통해 "전자장치와 전자감독 집행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과 업무경험이 풍부한 보호관찰소 수사요원이 직접 수사를 맡게 되면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적시의 증거수집과 대응 등을 통해 전자감독대상자 감독의 효용성과 재범 억제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사권이 없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 '수사가 지연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수사 역량과 노하우 부족이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사권을 받은 지가 얼마 안되니까 그 권한을 어떻게 적절하게 행사할지 충분한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며 "영장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신청하고, 사안에 대한 공유도 활발히 됐어야 했다"라고 분석했다.
경찰과의 미흡한 공조도 이번 사건에서 특히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강씨를 쫓던 법무부는 경찰에 공조 요청을 했지만, '검거' 협조만 통보했을 뿐 강씨의 전과 기록 등 구체적인 정보는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10대 때부터 특수절도, 특수강제추행 등 혐의로 총 14회 처벌받은 '상습 전과자'로, 과거 이력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좀 더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씨에 대한 정보를 두고 법무부 측은 "경찰이 충분히 조회할 수 있었다"는 입장인 반면, 경찰은 "법무부가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양 기관의 '책임 떠넘기기'로 귀결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전과 기록을 공유하지 않은 배경에 '주도권'을 지목하기도 한다. '수사권'을 획득한 만큼 추적에 있어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특사경 보호관찰관의 미숙한 수사력이 드러나면서 결국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보호관찰관이 수사권을 획득하면서 조금 더 적극적인 수사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아쉬운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전과 기록을 보유한 법무부에서 공유를 하지 않는 등 공조가 부재한 부분을 개선해야 하고, 모의 훈련이나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실무적인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