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 학대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캡처. 학부모 제공교사 9명이 장애아동 등 원생 29명을 수백 차례 학대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산 제주 어린이집 학대 사건. 관리‧감독 소홀 혐의로 기소된 원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원장 "학대 예방 교육 등 주의‧감독 다했다"
10일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김연경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장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양벌 규정에 따라 학대 교사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복지법 74조(양벌규정)를 보면 학대 사건이 벌어질 경우 어린이집의 책임자인 원장도 함께 처벌을 받는다. 다만 학대 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검찰은 "A씨가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 해 351건의 학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매주 아동학대 방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주의‧감독 업무를 성실히 했다. 그런데도 학대 사건이 벌어져 피해아동과 학부모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원생 학대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캡처. 학부모 제공A씨가 주의‧감독을 제대로 했는지가 쟁점이 되면서, 재판장은 검찰에 "공소사실을 구체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소사실에는 A씨의 주의‧감독 소홀과 관련해 설명이 부족해서다.
추가 기소된 학대 교사 4명 "훈육" 주장
이날 재판에서는 추가 기소된 어린이집 교사 4명에 대한 첫 재판도 진행됐다. 이들은 학대 건수가 각각 수십 건에 달하는 먼저 기소된 교사 5명과는 다르게 학대 건수가 몇 건에 그친다.
이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일부 학대에 대해선 "훈육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3일 상습 학대 혐의로 먼저 기소된 어린이집 교사 5명에 대한 재판은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최소 징역 2년 6개월에서 최대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여러 명의 교사가 대부분의 아동을 상습적이고 무차별적으로 학대했다.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학대 규모다. 어린 아동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사 학대로 귀에 피멍이 든 한 아동. 학부모 제공앞서 지난 2월 15일 제주시의 한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살배기 아동이 양 귀에 피멍이 든 채로 귀가했고, 다음날(16일)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올해 2월 15일까지 해당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일수로 2개월 치)을 분석한 결과 교사들이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정황을 확인했다.
어린이집 CCTV 영상 속 교사들은 원생들의 머리를 손으로 때리거나 발로 몸통을 찼다. 검‧경 수사 결과 교사들의 신체적 학대만 351건에 달한다. 피해 아동은 장애아동 등 2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