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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편법·변종 주거시설이 아파트값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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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삐 풀린 편법·변종 주거시설이 아파트값 끌어올린다

    • 2021-09-12 10:36
    핵심요약

    고분양가 숙박시설·오피스 공급된 지역 주간 상승률 '껑충'
    서울 강서·강동구 올해 최고, 부산진구는 전주 대비 2.5배↑

    이한형 기자이한형 기자주거시설을 표방한 편법·변종 수익형부동산이 고분양가에도 청약에 크게 흥행하면서 인근 아파트값 시세를 덩달아 끌어올리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6일 조사 기준)에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주 대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서구(0.30%)로, 21주 연속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노원구를 제쳤다.

    강서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 7월부터 10주 연속(0.13%→0.14%→0.20%→0.21%→0.22%→0.23%→0.24%→0.28%→0.29%→0.30%)으로 오름폭을 확대하며 올해 들어 최고치에 이르렀다. 강서구에서 영업하는 한 중개법인 대표는 "지난달 마곡동에서 분양한 생활형숙박시설의 분양가격이 강서구 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컸다"며 "주거용을 표방한 숙박시설의 분양가와 비교해 아파트값이 훨씬 싸 보인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전용면적 49~111㎡ 총 876실 규모로, 분양가는 8억 100만~19억 1700만 원에 달한다.

    건축법상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 높은 가격에 분양됐다. 그런데도 주택에 적용되는 각종 세금·청약·대출·전매 규제를 피할 수 있고, 편법을 동원하면 실질적으로 거주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평균 657대 1, 최고 6049대 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마곡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7월부터 르웨스트의 예상 분양가격이 돌면서 주변 아파트값에 영향을 끼쳤다"며 "르웨스트 완판으로 주변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매물이 부족해지고 호가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르웨스트와 인접한 마곡엠벨리7단지 전용 84.95㎡는 지난달 20일 16억 원(7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가였던 같은 달 5일 14억 9천만 원(2층)과 비교해 보름 새 1억 1천만 원이나 뛴 셈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마곡동은 이날 기준으로 최근 두 달 새 아파트 매물이 39.2% 급감해 이 기간 서울에서 매물 감소 폭이 가장 큰 동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최근 고분양가 수익형부동산으로 들썩인 지역은 모두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하이엔드 라이프 오피스'를 표방하며 공급된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 디어반'의 경우 4군(전용 204~296㎡)의 분양가격이 39억 7200만~67억 6200만 원이지만, 청약 경쟁률이 410.5대 1에 달했다. 강동구의 9월 첫째 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0.21%로, 지난달 첫째주(0.14%)부터 오름폭을 확대하며 올해 들어 주간 단위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이달 초 분양한 생활형숙박시설인 '서면 푸르지오 시티 시그니처'는 평균 594대 1, 최고 3781대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 시설이 속한 부산진구의 9월 첫째 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0.25%로, 전주(0.10%) 대비 오름폭이 2.5배에 달했다.

    서면푸르지오시티시그니처와 인접한 부산진구 부전동 '더샵 센트럴스타' 아파트 전용 109.184㎡는 지난해 5억 원대에 매매되다가 올해 6월 15일 7억 6700만 원(5층), 지난달 20일 8억 5천만 원(14층)으로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 일대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생활형숙박시설 평당 분양가보다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싸다는 인식으로 가격이 오르는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 규제 정책과 공급 부족이 주택 구매 욕구를 자극하면서 주거시설을 표방한 편법·변종 수익형부동산의 탄생을 초래했다"며 "그 결과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주거시설이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와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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