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모씨가 지난달 12일 서울북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20대 남성들을 연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모씨가 범행 당시 남성들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음료를 마시려고 하는 남성들을 말리면서까지 미리 준비한 '약물 숙취해소제'를 건네 음용하도록 한 것이다.
5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영수증 등에 따르면 김씨와 두 번째 사망자인 A씨는 지난달 9일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 입실하기 전 편의점에 들러 M사의 에너지드링크 1캔과 H사의 숙취해소제 3병을 구매했다. 이후 A씨는 모텔에서 김씨가 건넨 숙취해소제를 마신 뒤 이튿날인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A씨는 평소 음주를 할 때 숙취해소제 대신 M사의 에너지드링크를 마셨다고 한다. A씨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가족과 지인 등에게 물어보니, A씨는 원래 숙취해소제를 잘 마시지 않는 대신 에너지드링크를 종종 마셨다고 한다"며 "숙취해소제를 구입한 경위에도 김씨가 적극 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사 에너지드링크는 A씨가 자진해서 구입한 것이지만, H사 숙취해소제는 김씨의 의사나 권유로 구매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김씨가 남성에게 약물이 섞인 음료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정황은 또 있다. 지난 1월 24일 강북구 수유동 노래주점에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30대 남성 B씨도 김씨로부터 숙취해소제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30대 남성 B씨 측에 따르면, B씨는 평소 선호하는 C사 숙취해소제가 따로 있었고, 당일에도 C사 제품을 마시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가 "이게 더 숙취 해소에 좋다"며 H사 제품을 권유했고, B씨는 이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가 출동한 소방당국과 경찰에게 현장 처치를 받고 깨어났다.
피의자 김씨와 두 번째 사망자 A씨가 지난달 9일 오후 6시 51분쯤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 3병과 에너지드링크 등을 구매한 영수증 내역. 피해자 측 제공김씨가 지난달 9일 A씨를 만났을 당시 숙취해소제를 자신의 몫인 1병이 아닌 3병을 구매한 것도 약물을 탄 음료를 미리 준비해 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한 계획범죄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김씨가 집에서 준비해 간 음료는 편의점에서 구매한 것과 같은 제품인 H사의 숙취해소제였다. 이후 김씨는 모텔을 빠져나오며 범행에 사용한 빈 병은 챙기고 편의점에서 새로 구매한 숙취해소제 병은 현장에 남기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김씨는 범행 전부터 A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술 잘하냐", "제가 숙취가 많은 편이다" 등 숙취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게 숙취해소제를 자연스럽게 건네기 위한 범행 포석을 쌓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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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마실래요?" 피의자 메시지 확인
'수유동 연쇄살인' 피의자 김모씨가 두 번째 사망자 A씨와 나눈 휴대전화 대화 재구성김씨는 A씨를 범행 현장인 모텔방으로 유인하기 위한 메시지도 보냈다. A씨와 김씨가 만나기 전 주고받은 휴대전화 대화 기록 등에 따르면, 김씨는 A씨에게 "(A씨가) 다음에 고기를 먹자고 했잖냐"며 "맛있는 곳을 아는데, 하필 배달음식점이라서 방에서 마시겠냐"고 물었다. A씨가 "좋다. 고깃집 상호가 뭐냐"고 묻자 김씨는 식당 이름을 말하며 "배달밖에 안 돼서 방을 잡아서 먹을 수밖에 없다. 밖에서 먹기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배달 전문 식당의 음식을 먹자며 모텔 방을 잡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말과 달리, 실제 해당 고깃집은 매장 방문 식사도 가능한 곳으로 파악됐다. 식당 측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배달 주문도 가능은 하지만, 우리는 매장 식사를 위주로 장사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거짓 정보를 통해 A씨를 모텔로 유인한 정황이다. 심지어 김씨와 A씨는 실제로는 고기가 아닌 치킨을 주문했다.
김씨는 또 A씨가 쓰러진 뒤 모텔을 빠져나오면서도 A씨에게 태연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제가 여기(모텔)서 자기 불편하고 집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니까, (A씨가) 택시비로 쓰고 가라고 준 현금에 네컷사진 등이 꽂혀 있었다"며 "이건 다음에 만나면 돌려주겠다"고 했다. "저 추울까 봐 집에 조심히 가라고 준 택시비 고맙다"고도 말했다.
이어 "(김씨가) 치킨 시키고 영화 보고 눈이 풀리고 급히 자서 기억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음식 올 때쯤 (A씨를) 잠깐 깨우긴 했고, (A씨가) 본인 카드로 (치킨값을) 결제하라고 해서 (A씨가) 빼준 카드로 결제했다"며 "다시 또 자려고 하길래 자지 말라고 했지만 피곤한지 자려고 했다. 음식은 어떡하냐고 물으니 (A씨가) '혼자 먹어라', '집에 챙겨가라'고 했다. 제가 여기서 혼자 먹는 것보다 그냥 집 가서 먹거나 하려고 챙겨갔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자고 있는데 혼자 먹긴 외로워서, 다음엔 그냥 고기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김씨가 A씨를 남겨두고 나온 과정을 두서없이 장문으로 설명해 놓은 건데,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메시지를 남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약물이 담긴 음료를 먹고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현장을 떠난 것을 A씨가 깨어나지 않은 탓으로 돌린 것이다.
경찰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진행한 결과, 김씨는 사이코패스로 판정됐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김씨에게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으며,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송치결정서에 "피의자는 해당 약물이 수면 유도를 넘어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살인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했다"고 적시했다. 이미 김씨가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의 한 카페에서 20대 남성에게 숙취해소제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한 적이 있고, 살인 범행 이전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통해 '약물 위험성' 등을 검색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은 김씨가 남성들을 상대로 고가의 데이트 비용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고, 남성 측이 그 대가를 요구할 경우 약물을 먹인 것으로 판단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태에서 고급 맛집이나 호텔 방문 등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 5명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김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하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