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12.12 군사반란을 뒤집기 위한 역(逆)쿠데타 음모가 한국군 내에서 진행됐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부는 최근 미국 카터 대통령 기록관(애틀랜타 소재)으로부터 5.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된 문서 사본 882페이지를 전달받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1980년 2월 1일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범준(Rhee Bomb June)이라는 이름의 장군으로부터 한국군 내 반(反) 전두환 음모 정보를 입수했다.
미 대사관은 그러나 이 장군에게 12.12 사태 주모자들의 권력 장악과 마찬가지로 이를 되돌리려는 군 내부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 대사관은 또 당시 최규하 대통령에게 이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신군부와 역쿠데타 기도 세력 모두에게 강한 경고를 보낸 사실도 알리려 한다며 본국 정부의 승인을 요청했다.
1980년 초 신군부 세력에 대한 역쿠데타 음모가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와 관련한 공식 기록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외교부 제공
다만 미국 측에 이런 정보를 제보한 이범준 장군의 실체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 이름이 실명인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된 문서 가운데는 당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가 1980년 5월 9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만나 공수부대의 수도권 이동을 항의하고 학생 시위에 대한 무력진압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는 내용도 기술돼있다.
이는 미국 측도 전두환이 공수부대의 실질적 명령권자이며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미국 측은 지난해 5.18 40주년을 기념해 관련 문서 43건을 비밀해제한데 이어 올해에도 35건을 추가 비밀해제함으로써 우리측이 요청한 미 국무부 문서 80건 중 78건이 공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