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컷오프를 앞둔 가운데 4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낙태 반대'와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등으로 흔들리면서 '4‧15 부정선거'를 주장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경쟁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이들의 뒤를 쫓으며 안정적인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4위 자리는 유동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초 4강 안착이 예상됐던 최 전 원장이 최근 캠프 해체에 이어 연이은 강경 보수 행보를 보이면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홍준표(오른쪽), 황교안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3일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제2차 방송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하태경 후보. 국회사진기자단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23일 발표한 결과(매경‧MBN 의뢰, 지난 21~22일 조사,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보수 지지층 내 대선주자 지지율은 홍 의원(34.5%)과 윤 전 총장(30.8%), 유 전 의원(10.6%)이 1~3위를 기록했다. 선두권과 큰 격차를 보이며
최 전 원장(2.5%)이 4위에 올랐지만 황 전 대표(2.3%), 원 전 지사(1.5%)와 오차 범위 내에서 경합 중이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결과(KBS 의뢰, 지난 16~18일 조사,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가 27.8%로 1위를 기록했고, 윤 전 총장(18.8%)과 홍 의원(14.8%) 순이었다.
같은 조사기관에서 실시한 한 달 전 여론조사에 비하면 최 전 원장은 4위(4.4%)에서 8위(1.0%)로 하락했다.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3일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제2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지난 14일 캠프 해체 후 '홀로서기'를 선언한 최 전 원장은 '상속세 폐지' 공약에 이어 '낙태 반대', '부정선거' 의혹 제기 후 철회, '가덕도 신공항 철회' 등 연일 돌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선이 진행될수록
2차 컷오프 탈락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강성 보수층을 향한 이른바 '태극기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측근 인사들은 지지 철회 등 거리두기에 나섰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에서 "최 전 원장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철회한다"며 "낙태와 상속세 폐지 등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정책 발표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최재형 캠프에 몸담았던
김미애 의원도 입장문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주장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표하는 바"라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이 흔들리는 사이 원 전 지사와 황 전 대표는 4위 자리를 내다보고 있다. 당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도 이미지가 강한 원 전 지사는 '국가찬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주택, 교육 공약 등을 제시했다. 당내 경선에선 보수 지지층인 당원 반영 비율이 높아 일시적으론 불리하지만
, 본선에선 중도층 소구력이 있는 원 전 지사의 경쟁력이 높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황교안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3일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제2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지난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수장으로 선거를 이끌었던
황 전 대표는 총선 참패 이후 꾸준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날 열린 당내 경선 2차 TV토론에서도 황 전 대표는 토론회 내내 부정선거 주장을 반복했다. 모두 발언을 "추석민심의 관심은 부정선거와 그리고 성남 대장동 게이트였다"고 시작한 황 전 대표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 내내 경쟁후보들을 향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황 전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지난 총선 때 저질러졌던 부정선거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2차 컷오프는 '당원 30%‧일반여론조사 70%', 최종 경선엔 '당원 50%‧일반여론조사 50%' 등이 적용되면서 당원 표심이 당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최 전 원장과 황 전 대표 등이
부정선거 의혹 등 강성 보수층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방안에 기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
사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져야하는 황 전 대표 입장에선 '부정선거' 주장만이 자신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선두 후보들이 모두 중도층 표심에 호소하고 있어서 마음 줄 곳 없는 강성 보수층에서 일정 부분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만일 4강에서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 승부를 펼치면 황 전 대표가 스윙 보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 황 전 대표의 표가 필요하면 선두 후보들이 손을 내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