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하고 세상 떠난 여기봉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남성이 장기 기증으로 다른 중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전기신문사에서 25년간 일한 전문기자 여기봉(52) 씨가 지난 24일 신장, 간 등 장기와 조직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28일 밝혔다.
여씨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 22일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뇌동맥류가 터지면서 뇌출혈까지 생긴 그는 결국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를 판정받았다.
가족들은 평소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남편의 뜻을 존중해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아내 이희경 씨는 "생명 나눔은 누군가가 타인을 위해 기증을 결정하면서부터 선순환의 고리가 시작된다고 믿는다"며 "우리 가족이 결정한 이 일이 다른 분들이 용기를 내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들 여시명 씨 역시 "마지막 길도 역시나 헛되지 않게 아픈 사람을 살리고 가는 것이 아버지가 평소 바라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선물한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기증원 측은 장기 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렸으며, 조직 기증으로 더 많은 생명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인성 기증원 원장은 "그동안 생명 나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故) 여기봉 님의 숭고한 나눔과 가족분들의 결정을 통해 분명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을 확신한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