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내년 입주인데 내년에도 대출 어려울까요? 미리 미리 현금 구해 놓지 않으면 낭패볼 듯 합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든 전세 대출이든 '오징어 게임' 될 것 같아요. 내년 대출은 선착순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
'대출 빙하기'가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년 가계 대출 규제 강도는 더 높아질 전망인데다 은행들이 속속 대출을 막아버리는 초유의 상황이 도래해, 내년에도 '대출 한파'는 더욱 크게 체감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통화·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해 6%대 대출 증가율을 목표로 상환 능력 내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는 대출 증가율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대로 낮추는 기조도 이어가기로 했다. 이는 가계 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가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정부의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에 대한 대책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이달 내 발표할 계획인데, 규제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기조는 꾸준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연합뉴스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추가대책과 관련 "실수요자 대출도 차주의 상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행되도록 합리적으로 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들어 코로나19 관련해 완화적인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가계대출이 많이 늘었다"며 "결국 가계부채 관리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관리 강화 추세는 계속 가져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10월 중 내놓을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DSR 규제 강화, 전세대출 규제, 저축은행 및 카드대출(카드론) 한도 축소,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 축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SR 규제를 더 빠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재 DSR 강화 단계를 총 3단계로 나눠 시행 중인데, 먼저 1단계로 지난 7월부터 조정대상지역까지 포함한 전체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때도 '차주단위 DSR'을 적용하고 있다.
신용대출은 소득요건을 없애고 대출금액이 1억원만 넘으면 DSR 규제를 받는다. 이어 2단계로 내년 7월부터 규제를 강화해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 규제를 적용하고, 3단계로 2023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도 40%를 적용하는 등 규제 대상을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의 잇단 대출 중단·축소 방침이 올해까지로 대부분 한정돼 있는 만큼 내년 초에는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은행별 대출 한도가 '리셋'되기 때문에 올해 말처럼 '빡빡한'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봄 대선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가계대출은 표심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주제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높은만큼 현 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그러나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가 굳건한 만큼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며 "은행권의 대출 중단 사태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들도 연초부터 관리를 하려고 할 것이다. 또 연초에 대출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에 오히려 대출 수요가 쏠리게 되면 월 단위 혹은 분기 단위로 자체적인 한계를 두고 대출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이번달, 늦어도 오는 11월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이번달 가계 대출 관리 방안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수요자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가계 대출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출 난민들이 제도 금융권의 문턱을 넘는데 실패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경우, 정부의 총량 목표치가 달성되더라도 수면 아래의 부실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가계 대출의 확산세를 고려하면 일정 부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면서 "다만 관리 방안이 총량 자체에 너무 집착해서 이뤄지는 경우에는 현재 대출 수요자들이 오히려 위험한 형태의 대출로 이동하면서 실질적인 신용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경제에 또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들에게는 일정 부분 대출이 나갈 수 있도록 하되, 실수요자인지 여부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