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 연합뉴스한국전력 직원들의 비리가 위험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 감사실은 지난 2019년 8월, 부당 공사비 지급과 관련된 제보를 접수받는다. 한전은 즉시 감사를 실시해 공사대금을 허위로 청구하는 등 8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위법,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을 밝혀내고 A씨를 비롯한 직원 9명에 대해 징계와 경고 등의 조치를 내린다. 공사를 따낸 K사에 대해서는 업체제재 및 형사고발 조치 검토를 D지역본부에 요구했다.
어찌된 일인지 내려져야할 조치는 내려지지 않고 1년 6개월의 시일이 흘렀다. 한전 감사실에서 밝혀낸 비리내용만 봐도 수사의뢰나 그 이상의 조치가 내려질 사안이지만 잠잠했던 것이다.
한전 D지역본부 차원에서 사건처리가 매듭지어 지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뤄지자 이 비리사건으로 피해를 입게 된 사람이 불만을 품고 사건을 국무조정실에 진정해 산업부가 다시 감사를 벌이게 됐다.
산업부 감사에서는 고구마 뿌리 뽑히듯 A씨와 K사가 관련된 비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한전 직원들과 업체 간에는 광범위한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한전 직원 A씨의 소개로 K사에 취업한 고향 친구 B씨는 공사대금의 73%를 배분받았다.
또, A씨는 사무실 동료 C씨와 함께 K사 측으로부터 골프와 유흥비 등 금품·향응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C씨에게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돼 부정한 금품을 수수정황이 포착됐다. 한전 D지사에 근무한 4년 동안 C씨는 현금 3700만원을 28차례에 걸쳐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C씨는 "4대 독자로서 홀어머니를 모셔왔기 때문에 친척들이 명절에 현금을 줬다"고 해명했지만 산업부는 소명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의 비리도 더 드러났다. 자신의 장인을 또다른 한전 협력업체 직원으로 취업시켜 놓고 18개월 동안 3600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A씨 장인은 직원으로 명의만 올려놓고 급여를 받아온 케이스로 업체가 장인을 우회해 뇌물을 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대목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앞두고 있다.
A씨의 비리가 지속됐던 데는 상급자 E씨의 묵인이 있었다. 상급자는 A씨의 친구 B씨의 불법하도급 행위를 알고도 묵인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상급자 E씨도 비리사슬에 연루돼 있었다. 지난 2017년 ~ 2020년까지 19억원이 넘는 금전거래를 해온 것이다. 자신의 돈 19억원을 업체에 빌려주고 2%의 고율이자를 챙겨왔다. 근데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그렇게 큰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 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전 직원이 업체에 돈을 빌려준 것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E씨는 부인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면서 16개월간 1200만원 가량의 수익을 거둔 비위행위도 저질렀다. 한전 직원은 업무외 영리활동을 할 수 없다.
A씨는 병을 핑계로 모든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고 불응했고, A씨의 상급자는 무단결근해도자 해임됐으며 다른 연루자들은 사건 연루의혹과 관련해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비리가 복마전 수준으로 만연해있지만 이 사건은 밝혀진 지 1년 6개월만에 상부기관의 감사를 거치고 나서야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됐다.(2021년 8월)
이같은 사실은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이주환 의원(부산 연제구)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사자료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이주환 의원은 "신의 직장 한전의 법적, 도덕적 해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범죄 조직에서나 볼 법한 사건이 등장하고 있다"며 "유사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