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탁구협회와 한국실업탁구연맹이 21일 한국프로탁구리그 출범을 선언한 가운데 타이틀 스폰서 협약식에 참석한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왼쪽부터), 대한탁구협회 유승민 회장, 두나무 이석우 대표, 협회 김택수 전무, 연맹 유남규 부회장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협회
한국 탁구의 10여 년 염원이던 프로 리그가 마침내 출범한다. 아직 프로 스포츠로서 미비한 점이 있지만 일단 닻을 올린 뒤 나아가 한중일이 겨루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탁구협회는 21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한국프로탁구리그 타이틀스폰서십 계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협회 유승민 회장, 김택수 전무와 두나무 이석우 대표, 한국실업탁구연맹 유남규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프로탁구리그는 내년 1월 출범해 6월까지 첫 시즌을 치른다. 타이틀 스폰서인 두나무에서 연간 10억 원씩 2년 동안 지원한다.
탁구는 올림픽 구기 종목 중 6번째 프로를 출범하게 됐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등에 이어서다.
다만 본격적인 프로라기보다는 세미 프로에 가깝다. 각 팀의 연고지가 없어 리그가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중립구장에서 진행된다. 협회 주세혁 미디어홍보위원장은 "아마도 경기도 광교씨름체육관에서 일단 리그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면서 "향후 지방 투어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리그 운영 주체도 따로 없다. 기존 실업연맹이 운영 실무를 담당하는데 협회와 '한국프로탁구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감독하는 구조다. 앞서 언급한 구기 종목들은 협회와 프로 연맹이 따로 있다.
선수들 역시 실업팀과 기존 계약이 유지된다. 각 구단의 리그 참가비, 샐러리캡도 없는 상황이다.
유남규 부회장이 21일 한국프로탁구리그 출범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하지만 협회와 연맹은 일단 프로를 출범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다. 유승민 회장은 "일본 프로도 처음에는 4개 팀으로 시작해 완성형은 아니었다"면서 "갈수록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오고 용병도 참여해 인기 모델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택수 전무도 "현재 실업팀은 계약이라든지 해외 파견 등 사실상 프로처럼 구단을 운용한다"고 말했다. 유남규 부회장은 "1, 2년 정도 하다 보면 문제점을 보완해서 향후 2~3년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프로화는 한국 탁구의 숙제였다. 이미 프로 리그를 운영 중인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라이벌들에 비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인도까지 프로가 활성화한 가운데 탁구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이 소외됐다는 것. 여기에 볼링, 당구 등 다른 구기 종목들의 프로화도 자극이 됐다.
김 전무는 "가장 중요한 게 선수들의 경기력"이라면서 "한 해에 몇 번 없는 대회로는 선수들의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프로가 되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2018년 프로리그(T리그)를 출범한 뒤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혼합 복식)을 수확했다.
일단 27개 실업과 지방자치단체체 팀이 프로 리그에 참가한다. 기업팀은 1부 리그 격인 코리아리그에서, 지자체 팀은 2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에서 경쟁한다. 코리아 리그는 남자 7개, 여자 5개 팀으로 구성되고, 내셔널리그는 남자 6개, 여자 9개 팀으로 운영된다.
프로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아시아챔피언스리그(가칭)도 추진할 방침이다. 유 회장은 "국제탁구연맹에 프로 추진을 알렸고 아시아챔스리그 및 유럽챔스리그 챔피언과 왕중왕전 계획도 전달했다"면서 "다음 달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때 중국, 일본, 인도 등 관계자들과 만나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도 "일본과 한일 챔프전을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여자 탁구 차세대 에이스 신유빈(17·대한항공) 등 국내 선수들이 일본 최강은 물론 중국의 정상급 선수들과 겨룰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택수 부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 위원인) 유승민 회장의 외교력이면 충분히 한중일 리그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 강국들이 프로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도 경쟁력을 키울 호기"라고 강조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남규 부회장은 "2000년부터 진행된 세미 프로 리그가 어느 정도 성공했는데 정작 프로화가 늦어서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출범돼 뜻깊고 영광"이라고 감회를 털어놨다. 비록 미약하게 시작을 알린 한국프로탁구리그. 과연 한중일 챔피언스리그까지 창대한 나중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