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선수단이 26일 도로공사와 홈 경기에서 작전 타임을 하는 모습. 화성=KOVO프로배구 우리카드와 IBK기업은행이 올 시즌 충격의 개막 3연패에 빠졌다. 각각 우승 후보와 다크호스로 꼽히던 팀이라 의외의 시즌 초반이라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은 26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 대 3(22-25 10-25 25-20 17-25)으로 졌다. 개막 후 3연패 수렁이다.
지난 17일 기업은행은 현대건설과 시즌 첫 경기에서 1 대 3 패배를 안았다. 21일 흥국생명과 홈 개막전에서도 역시 1 대 3으로 졌다.
이날도 기업은행은 도로공사를 맞아 힘을 쓰지 못했다. 라셈이 팀 최다 17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이 33%도 되지 않았다.48%가 넘는 공격 성공률로 무려 28점을 쏟아부은 상대 켈시와 화력 대결에서 밀렸다. 덕분에 개막 2연패를 안았던 도로공사는 기업은행을 제물로 첫 승을 신고했다.
기업은행은 올 시즌 우승 후보까지는 아니어도 중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3인방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에 조송화까지 만만찮은 전력을 갖췄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만큼 기본적인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기업은행은 3연패 최하위로 처져 있다. 3연승 단독 1위의 현대건설이야 우승 후보라 치더라도 흥국생명은 김연경(중국 상하이)과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그리스 PAOK)의 공백에 김세영의 은퇴까지 다소 약체로 분류됐던 팀이다. 도로공사 역시 개막 2연패로 정돈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기업은행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 등이 올림픽 출전의 여파로 체력적으로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희진, 김수지는 아직까지 한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이 없고, 그나마 표승주가 도로공사를 상대로 11점을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할머니가 한국인인 라셈 역시 선수들과 호흡을 더 맞춰야 할 숙제를 안아 새로 부임한 서남원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기. 3세트 현대캐피탈 허수봉(7)이 우리카드 알렉스(8)의 공격을 블로킹하고 있다. 연합뉴스남자부 우리카드의 3연패는 더욱 의외다. 당초 1강으로도 꼽힐 만큼 강력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였던 까닭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16일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과 원정 개막전에서 1 대 3으로 지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OK금융그룹에도 풀 세트 접전 끝에 2 대 3으로 지더니 24일에는 국내 선수만 뛴 현대캐피탈에도 1 대 3, 덜미를 잡혔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알렉스-나경복 쌍포를 앞세워 정규 시즌과 챔피언결정전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에는 우승에 가장 근접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대한항공은 핵심 정지석의 공백이 생긴 데 비해 우리카드는 준우승 자원들이 고스란히 남았던 까닭이다.
여기에 4시즌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영철 감독의 지도력도 무르익었고,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도 높아졌을 터였다. 과연 우리카드는 지난 8월 컵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개막 뒤 3경기에서 승점 1만 따내는 데 그쳤다. 우리카드는 7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외국 선수 없이 단독 1위(2승 1패·승점 7) 현대캐피탈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주포 알렉스와 세터 하승우의 호흡이 아직 맞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렉스는 포르투갈 대표팀 일정 때문에 합류가 늦었던 데다 손가락 부상으로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 지난 시즌 공격 성공률 2위(54.85%)였던 알렉스는 올 시즌 52.67%로 5위다.
올 시즌 예상 외로 3연패 최하위에 처져 있는 기업은행과 우리카드. 과연 언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초반 부진을 딛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