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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닫아도 실내에 모래 한가득"…주민 건강과 맞바꾼 백령항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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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 닫아도 실내에 모래 한가득"…주민 건강과 맞바꾼 백령항 공사

    편집자 주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우리 정부는 서해 최북단 서해5도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서해5도 특별지원법'을 제정했다. 법으로 특정 지역을 지원한다고 규정한 법을 제정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치 상황과 중국과의 관계 등 외교·안보 측면에서 서해5도의 주민들이 섬을 이탈하지 않고 지내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20년까지 9109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1800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법을 5년 연장해 그동안 지원하지 못한 점들을 만회하겠다는 약속은 또다시 '공염불'로 그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박남춘 인천시장이 백령도 주민과 나눈 주민간담회 내용을 중심으로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현실을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지금②]불안한 정주 여건
    백령도 해경부두·접안시설 건설공사 현장서 모래 날려…1년여째 고통
    "가을·겨울엔 마을 전체에 모래바람 날려…이럴거면 이주해줘야"
    여러 차례 민원 제기했지만 '감감 무소식'…민원 거세지자 뒤늦게 조치
    인천해수청 "방진막 설치 등 문제 해결 조치 중"

    ▶ 글 싣는 순서
    ①"1만명 살지만 여객선으로 4시간 거리…전문의 2명밖에 없는 섬"
    ②"창문 닫아도 실내에 모래 한가득"…주민 건강과 맞바꾼 백령신항 공사
    (계속)

    인천 백령도 용기포항 해경부두 건설공사 현장 모습. 독자 제공인천 백령도 용기포항 해경부두 건설공사 현장 모습. 독자 제공
    "북서풍이 불면 모래가 마을 전체를 덮쳐 주민들이 생활을 못합니다. 창문을 닫아도 실내에 손으로 바닥을 만져보면 모래가 잔뜩 묻어나옵니다. 주민들이 발주처인 인천해수청이나 시공사에 이주시켜달라고 건의하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29일 인천 옹진군 백령면사무소에서 열린 '인천시장과 백령주민의 대화'에서 김진수 백령면 진촌5리 이장이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한 하소연이다. 김씨는 박 시장에게 백령도 용기포 신항 해경전용부두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모래바람으로 백령도 전체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백령도 해경부두·접안시설 건설공사 현장서 모래 날려…1년여째 고통

    모래바람으로 인한 피해는 공사 현장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공사 현장에는 모래들이 바람을 타고 치솟았다. 공사장을 따라 3m 높이의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지만 모래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백령도 용기포항 인근 진촌5리 주민들은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모래바람'이 마을까지 날려와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피해 범위가 더욱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실제 백령도에 최대풍속이 초속 18m 이상을 기록했던 지난달 16일에는 백령도 전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공사현장에서 5㎞가량 떨어진 북포리의 한 주민은 "당시 모래바람으로 눈이 따끔거리고 목도 아팠다"고 말했다.
     
    급기야 백령도 주민들은 최근 용기포항 인근 곳곳에 "마을주민 건강해치는 준설토 모래먼지 숨 막혀 못살겠다",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배출하는 준설토 투기장, 당장 대책을 마련하라" 등의 내용의 현수막을 부착했다.
     

    백령도 용기포항 해경부두 건설공사 현장 인근 마을 집 내부에 쌓인 모래 먼지. 독자 제공백령도 용기포항 해경부두 건설공사 현장 인근 마을 집 내부에 쌓인 모래 먼지. 독자 제공

    여러 차례 민원 제기했지만 '감감 무소식'…민원 거세지자 뒤늦게 조치

    백령도 주민들이 문제의 원인으로 제기하는 용기포항 해양경창 전용부두 및 접안시설 건설공사는 우리 정부가 2019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2023년까지 백령도에 3000톤급 해양경찰청 선박이 상시 접안이 가능한 부두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2013년 국가관리 연안항 항만기본계획 고시를 통해 추진됐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6년 만에 착공에 들어가게 됐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해경 경비함정 등이 365일 상시 드나들 수 있게 되고, 인천항 대비 NLL(북방한계선) 출동시간이 현재 10시간(230㎞)에서 3시간(50㎞)으로 7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NLL 인근의 불법조업 어선 단속 등이 해양영토 관리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대형선박들이 상시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두 아래 해저를 더욱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해저지형을 파내야 하는데 백령도는 해저가 대부분 모래다. 즉 바다에서 퍼올린 모래가 마르면서 바람을 타고 인근 마을을 덮친 것이다. 특히 북서계절풍이 부는 가을과 겨울에는 바람이 마을 방향으로 불어 더욱 피해가 크다. 모래 적치장 규모는 11만여㎡에 이른다.
     
    애초 백령도 주민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천해수양수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김진수 이장은 "공사가 시작한 올해 초부터 주민 1~2명이 해수청에 방문해 해결을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최근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이제야 후속 조치를 하고 있지만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일부 어민들은 바다에서 파낸 모래가 대량으로 쌓이면서 해저에 있던 불순물들이 다시 바다로 흘러가 어장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백령도 용기포항 해경부두 건설공사 현장 인근 도로 모습. 독자 제공백령도 용기포항 해경부두 건설공사 현장 인근 도로 모습. 독자 제공

    인천해수청 "방진막 설치 등 문제 해결 조치 중"

    옹진군은 최근 해당 공사를 담당하는 인천해수청에 모래바람 발생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인천해수청은 현장 조사를 통해 모래바람에 따른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모래 적치장에 방진막을 씌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모래를 쌓은 면적이 너무 넓은 데다 서해 최북단 섬 특성상 방진막 등 자재 운반에만 수일이 걸려 즉각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해수청은 오는 15일 해당 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애초 인천해수청이 마을 주변에 모래를 쌓기로 결정했을 때 미리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방진막 설치 작업을 마무리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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