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없어도'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두산 선발 투수 최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은 모두 외국인 선수 공백을 안고 올해 포스트시즌(PS)을 치르고 있다.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의 부재는 부담이지만 두 팀의 고민은 상반된다.
LG는 외국인 타자가 없지만 두산은 외국인 투수가 없다. 외인 타자는 1명이지만 매일 출전이 가능한 반면 외국인 투수는 2명이지만 선발 투수라 한번 던지면 3일 이상 쉬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팀의 피해가 더 클까. 또 어느 팀이 외국인 공백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잘 극복하고 있을까.
일단 첫 대결에서는 두산이 LG에 비해 외국인 부재의 영향을 덜 받았다. 아니 두산은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반면 LG는 외인 부재를 절감해야 했다.
두산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 대 1로 이겼다. 3전 2승제 시리즈에서 1승만 더 하면 삼성이 선착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할 수 있다.
당초 두산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외인 원투 펀치가 모두 이탈하는 악재가 생겼다. 우완 워커 로켓이 지난달 20일 팔꿈치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고(故) 최동원의 한 시즌 탈삼진 기록(223개)를 무려 37년 만에 갈아치운 아리엘 미란다(225탈삼진)는 지난달 26일 어깨 부상으로 빠졌다.
이런 가운데 두산은 토종 선발진이 맹활약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최원준은 5이닝 4탈삼진 3피안타 3볼넷 무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비록 팀은 졌지만 곽빈도 지난 1일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4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다음 날 김민규가 4⅔이닝 3실점하며 16 대 8 대승에 힘을 보탰다.
준PO 1차전 MVP 최원준은 경기 후 "지난해 가을야구 때는 플렉센, 알칸타라 같은 좋은 외국인 투수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외국인 투수와) 같이 할 수 없어 책임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곽빈, 김민규 등 후배들이 너무 잘 던져서 나도 보고 배우며 이렇게 던지게 된 거 같다"고 덧붙였다. 어린 선발진이 외인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KBO 리그 부적응으로 준플레이오프 명단에서 빠진 LG 보어. 연합뉴스반면 LG는 외인 원투 펀치가 건재한데도 먼저 1패를 안았다. 이날 선발 수아레즈는 수비 불안 속에서도 4⅔이닝 2실점하며 나름 선방했다. 5회 내준 두 번째 실점도 불펜 정우영이 승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생긴 것이다.
하지만 LG는 외인 타자의 부재 속에 타선 응집력에서 두산에 크게 뒤졌다. 외국인 타자 보어가 있지만 준PO 명단에서 빠져 출전할 수 없는 상황. 보어는 정규 시즌 32경기 타율 1할7푼 3홈런 17타점으로 부진해 지난 9월 23일 2군에 내려간 뒤 아직도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LG는 잔루만 무려 10개를 기록했다. 두산과 안타 1개 차이였지만 점수는 4점이나 뒤졌다. LG의 정규 시즌 팀 득점권 타율은 9위(2할5푼2리)에 머물렀다. 팀 득점도 8위(평균 4.54점)에 그쳤다. 팀 평균자책점 1위(3.57)에도 정규 시즌 3위에 머문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LG는 주전 유격수이자 5번 타자 오지환까지 시즌 막판 쇄골 골절로 빠졌다. 김민성에게 역할을 기대했지만 이날 승부처마다 범타에 머물러 패배의 원인이 됐다. 외인 타자의 부재가 뼈아팠던 이유다.
이런 가운데 5일 준PO 2차전 역시 두 팀의 상반된 외인 라인업이 두드러지는 경기가 될 전망이다. LG는 에이스 켈리를 앞세워 반격을 노리고, 두산은 곽빈을 내세워 PO 진출을 도모한다. 과연 어느 팀의 아킬레스건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