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두터워진 옷차림의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급속한 고령화 속에 노동자들이 주된 일자리를 더 빨리 그만두고, 취약한 노동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일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험과 대응전략'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주된 일자리에서 조기 퇴직이 급증하고 평균 퇴직연령이 낮아지는 반면, 정년퇴직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정년 60세 이상을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 노동자들이 오래 일해온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도록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더 나아가 60세 정년을 넘긴 이후에도 일정 연령까지 고용이 연장되도록 기업이 고용연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정년을 추가로 연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주된 일자리에서 최근 퇴직한 55~64세 취업경험자 중 조기퇴직 비율과 정년퇴직 비율이 2005년에는 각각 9.2%, 9.5%로 정년퇴직 비율이 더 높았지만, 올해는 각각 12.2%, 7.5%로 역전됐다.
이에 대해 남 선임연구위원은 고령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년 연장으로 노동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과, 일종의 조기퇴직 위로금 등을 받고 미리 다른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동자 간의 자발적인 거래로 인해 오히려 조기퇴직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KDI 한국개발연구원 홍보 영상 캡처문제는 주된 일자리에서 조기에 이탈한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쉽게 찾지 못해 전체 고용이 줄어들고, 일감을 구하더라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기 쉽다는 점이다.
남 연구위원은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한 노동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낮은 취업률과 고용의 질 저하 및 최저임금 미만 근로 등으로 인해 가구소득 분배 상태의 악화와 빈곤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라는 측면보다는 노동 시장의 새로운 변화들을 중시해 이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도록 정책적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향후 10~15년 동안 고령화에 따른 전반적인 노동력 부족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노동시장 조기이탈을 낮추고 이탈 이후 빈곤화를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전승환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평생학습 참여율과 성인 기초역량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높지 않고, 고령자 대상 평생학습 기회 제공도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년 동안 형식교육 또는 비형식교육에 참여한 대한민국 성인의 비율은 42.1%에 불과해 유럽연합(EU) 평균치(43.7%)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인역량조사 (PIAAC)에서 우리나라 성인층의 기초 인적역량 문제해결력, 문해력, 수리력 등은 OECD 평균 수준이거나 더 낮았다.
이에 대해 전 연구위원은 "포용성, 접근성, 통용성 등 3대 전략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필요한 내용을 학습할 수 있고 그 결과를 관리·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고창수 재정전망팀장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중장기 재정위험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동력 확보 및 재정지출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령화로 연금·복지 지출이 늘면서 의무지출에 대한 증가 압력을 고려할 때 재량지출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보험 재정의 수입·지출을 결정하는 보험료율 등의 모수 및 사회보험 구조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