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굶주린 가족의 식비를 대기 위해 55살 남성의 '신부'로 팔려 간 아프가니스탄의 9살 소녀가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구조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단체 '너무 어린 결혼'(Too Young to Wed·TYTW)은 아프간 현지에서 소아 매매혼 피해 아동인 파르와나 말릭(9)과 남매들, 그리고 모친까지 모두 7명을 아프간 도시 헤라트의 안전 가옥으로 이주시켰다.
지난 10월 24일 CNN은 파르와나가 55세 남성에게 팔려 가는 장면을 보도한 바 있다.
아프간의 심각한 경제난 속에 가족이 입에 풀칠조차 하지 못하고 굶게 되자, 부친이 딸을 팔아넘긴 것이었다.
구매자는 현금, 양, 토지 등으로 20만 아프가니(약 260만원)를 주고 손녀뻘인 파르와나를 자신의 '재혼' 대상으로 삼았다.
파르와나가 팔을 잡힌 채 울면서 끌려가는 모습이 보도되자 국제사회뿐 아니라 아프간 현지에서도 공분이 일었다.
결국 파르와나를 사들인 남성은 비난에 직면하자 파르와나가 정착촌의 본래 가족을 방문하도록 허용한 뒤 잠적해 버렸다.
파르와나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팔려 간 지 약 2주가 지난 뒤였다.
그러나 파르와나의 아버지는 딸을 판 돈으로 다른 빚을 갚았다고 한다. 결국 여전히 '딸의 가격'만큼 구매자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파르와나의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을 안전 가옥으로 보내고, 자신은 정착촌에 남아 빚을 갚아가기로 했다고 CNN은 전했다.
구조된 파르와나는 "우리 남편은 늙은이였다"며 "사람들은 못되게 굴었고 욕을 했다. 이른 시간에 깨워 일을 시켰다"고 끔찍했던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이런 집에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 사람들(인권단체)이 새로운 삶을 선물해줬다"면서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르와나와 남매들, 모친은 다가오는 겨울 동안 안전 가옥에 머물 예정이다. 정착촌의 천막에 살던 파르와나가 제대로 된 집에 머물게 된 것은 태어나 처음이라고 한다. 다만 이후의 계획은 미정이다.
스테파니 싱클레어 TYTW 대표는 파르와나를 안전 가옥으로 옮긴 데 대해 "임시방편"이라며 "아프간의 다른 딸들이 신붓감으로 팔려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TYTW는 CNN이 지난달 파르와나의 사례와 함께 보도했던 다른 매매혼 피해 소녀들에 대한 '구조 작전'에도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탈레반 집권 후 아프간에 국제 지원이 뚝 끊기고, 중앙은행 자금마저 동결되면서 현지의 경제 사정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아프간의 여성 인권 활동가 마부바 세라지는 CNN에 "굶주림, 추위, 가난…. 이런 모든 어려움에 무지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아프간 소녀들이 고작 음식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보도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아프간을 방문한 국제 적십자사의 도미니크 스틸하트 운영국장은 "국제사회가 아프간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지만, 각국이 더 적극적으로 자금을 풀어야 한다"면서 "병원 등 국가의 기초 기능이 붕괴하기 전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