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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예비군' 본격화됐지만…정년 되면 나가라?

국방/외교

    '투잡 예비군' 본격화됐지만…정년 되면 나가라?

    핵심요약

    2014년부터 시행되던 '예비군간부 비상근 복무제도' 개편
    단기는 한 해 15일, 장기는 180일 복무하고 일급 10~15만 원 보상
    사회생활과 병행하며 군 복무 이어간다는 점에서 만족도 높아
    법안 원래 취지는 퇴역해도 만 60세까지 복무…국방위에서 바뀌어
    소령·중사 정년은 45세…정년 지나면 예비군도 하지 마라?
    미군에선 우수한 원자력 전문가·프로그래머 80세까지 복무하기도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군을 떠난 예비역 간부가 원할 경우 평소에도 일정 기간 동안 군 부대에 소집돼 복무할 수 있는 '예비군간부 비상근 복무제도'가 일반 병 대상으로도 확대되고, 1년 가운데 절반인 180일 동안 복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런데 한편으론 전문성을 갖췄지만 나이가 많은 군 간부들이 오히려 배제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방부는 비상근 예비군 제도 근거조항이 담긴 예비군법과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이 국무회의를 거쳐 7일 공포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른바 '투잡 예비군법'이라는 별명을 지녔는데, 1년에 며칠 정도만 불러 형식적인 훈련을 시키던 기존 예비군 제도를 탄력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취지다.

    '군 떠난 간부들 원하면 예비군 추가 복무' 연간 15일 또는 180일 선택 가능

    국방부. 연합뉴스국방부. 연합뉴스국방부가 2014년부터 운영하던 예비군간부 비상근 복무제도는 원하는 예비역 간부(하사 이상)에 한해 1년에 15일 동안 소집돼, 동원 위주로 편성된 부대에서 중·소대장과 같은 소부대 지휘자, 장비·물자관리 담당과 같은 주요 예비군 직책을 맡기는 제도다.

    군 부대는 평시엔 상비병력만으로 운영되지만 전시엔 동원예비군이 충원된다. 문제는 저출생으로 인해 병역자원이 계속 감소하면서 상비병력이 줄어들어, 후방 동원사단 등 동원위주부대는 부대원 가운데 90% 이상이 동원예비군으로 구성되는 일이 허다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군 당국이 2박 3일 동원훈련으로는 한계를 느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은 동원지정된 예비군 부대에서 개인·직책 수행 훈련 등을 받고, 흔히 말하는 병 출신 예비군들이 받는 동원훈련도 준비한다. 예를 들어 예비역 대위가 여기에 지원할 경우 중대장이나 대대 참모 등 보직을 맡게 된다.

    첫해 79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이후 매년 규모가 확대된 이 제도는 올해 3천여 명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중간 지휘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요도가 커졌는데, 2018년 육군분석평가단 분석에 따르면 해당 제도를 적용한 동원사단 연대급의 경우, 전투준비 투입시간이 약 29% 줄어들고 부대관리 능력(장비·물자관리 등)은 약 7~17% 향상된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우리보다 저출생을 먼저 겪은 선진국들은 이런 예비군 제도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선발된 예비군 본인들 또한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군을 떠났지만, 사회생활과 병행하면서도 군 복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매년 재선발 때마다 58%가 다시 지원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생겼으며, 이름도 '비상근 예비군 제도'로 변경해 단기와 장기로 나눠 운영하게 됐다. 단기 비상근 예비군은 내년 약 3700명을 뽑으며, 기존과 같이 한 해 15일 소집훈련을 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중부 전선 육군 모 부대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코로나19 관련 특별방역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중부 전선 육군 모 부대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코로나19 관련 특별방역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 해 약 180일을 소집훈련 및 복무하는 장기 비상근 예비군도 2022년에 약 50명 규모로 시범 운용해 평가를 거쳐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시범 운용 대상 직위는 중·소령급 참모, 정비·보급 부사관, 전차 정비병 등 총 50개다. 예비역 병장도 지원할 수 있다.

    국방부는 2024년까지 단기 비상근 예비군은 4500여 명, 장기 비상근 예비군은 600여 명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내년 복무하는 단기 비상근 예비군에서는 일단 예비역 병장을 선발하지 않지만, 추이를 지켜보며 검토한 뒤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정년 지나면 예비군 복무 못한다?…'우수 인력 계속 활용' 취지와 어긋나

    문제는 이런 방안이 군을 떠났더라도 숙련된 인원을 본인 희망에 따라 최대한 활용한다는, 예비군 제도가 가진 당초 취지와 다소 어긋난다는 점이다.

    원래 이 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숙련된 예비군을 계급·나이 정년(중사·소령 45세, 상사·중령 53세)이 지나 퇴역했더라도 만 60세까지 평시복무 예비군으로 복무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국방위 심사를 거치면서 퇴역군인은 뽑지 않는 쪽으로 법안이 바뀌었다.

    우리 군과 언론은 관습적으로 군을 떠난 군인들을 모두 '예비역'으로 지칭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는 잘못된 기술이다. 법적으로 예비역 간부는 정년에 해당하는 나이까지만 예비역(reserve duty)에 편성되고 이후에는 퇴역(retire)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30대 중사가 45세 전에 전역을 택할 경우 그는 45세까지만 예비역에 편성되고, 이후에는 퇴역하게 된다.

    9월 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문상 전문위원은 "개정안은 선발 대상에 퇴역한 장교, 준사관, 부사관까지 포함하고 있지만 이는 병역의무가 완전히 종료한 퇴역군인에게 새로운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사실상 정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고 있어 퇴역군인은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 자리에서 "퇴역군인들도 (군을) 나가셨지만, 필요할 때는 이 문을 이렇게 딱 닫을 것 없이 열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사실상 정년을 연장하는 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많다. 특별한 직업을 못 구하고 퇴역하는 사람들이 180일을 더 근무하는 식으로 운영되면 시행 취지와 안 맞는 결과가 된다"며 "수정의견대로 통과시켜 한번 운영해 보면서 과도기적으로 정착되는 것을 봐야겠다"고 말했다.

    결국 법안은 퇴역군인을 예비군 복무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통과됐다. 문제는 퇴역 간부는 군 시스템과 숙련도에 대한 이해가 높은데, 이 제도대로라면 실질적으로는 정년이 되면 예비군 복무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예비군 제도 취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군 시절 감각을 유지하고, 유사시에는 다시 현역으로 복귀해 그 동안 쌓은 경험을 살려 군에 도움을 준다는 데 있다. 그런데 소령 이상 장교는 정년에 걸려 군을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소령 연령정년은 만 45세다. 아직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현행 제도대로라면 이들을 전혀 예비군으로 활용할 수 없는 셈이다.
    지난달 24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미동맹 강화 콘퍼런스'. 연합뉴스지난달 24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미동맹 강화 콘퍼런스'. 연합뉴스미군에선 처음부터 예비역으로 입대했다가 현역이 될 수도 있고, 전문성을 지닌 예비역 또는 현역 간부에게 정년을 적용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미 해군 핵추진프로그램을 이끌어 '원자력 해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먼 리코버 대장은 현역 시절 의회가 그 전문성을 인정해 정년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고, 63년 동안 현역으로 복무하다 82세가 되던 1982년에야 퇴역했다.

    프로그래밍 언어 '코볼'을 만든 그레이스 호퍼 준장은 미 해군 예비역으로 입대했었는데, 만 60세에 중령으로 퇴역했다. 하지만 해군은 그를 1967년에 복귀시켰고 1971년 다시 퇴역했다가 이듬해부터는 현역으로 복무했다. 그는 1973년 대령으로 진급했고 10년 뒤인 1983년에는 의회 추대로 별을 달았다. 호퍼 제독은 80세가 되던 1986년에서야 완전히 은퇴했다.

    180일 복무하는 장기 비상근 예비군은 4대보험 없이 일급 10~15만 원 급여만 받는데 생업으로 삼기에는 보수가 적지만 다른 직업을 겸하기 어려워, 선택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된다. 비상근 예비군 규모는 늘어나지만 전문성과 실효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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