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토마스 로빈슨. KBL 제공
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아이재아 힉스의 부상 대체 선수로 영입한 토마스 로빈슨은 이름값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KBL 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 중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1991년생으로 캔자스 대학 출신의 스타 빅맨 토마스 로빈슨은 2012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5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다.
그해 전체 1순위는 앤서니 데이비스(LA 레이커스)였다. 로빈슨은 지금도 NBA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대미안 릴라드(포틀랜드 6순위), 해리슨 반스(새크라멘토)보다 먼저 뽑힌 선수다.
올 시즌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해결사 앤드류 니콜슨은 그해 19순위, 지난 시즌 안양 KGC인삼공사를 포스트시즌 전승 우승으로 이끌었던 재러드 설린저는 21순위 지명을 받은 바 있다.
토마스 로빈슨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새크라멘토, 휴스턴, 포틀랜드, 필라델피아, 브루클린, 레이커스 등 여러 팀에서 NBA 선수 생활을 했다.
다섯 시즌 동안 이적이 잦았다는 것은 어느 팀에서도 주축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의미다.
토마스 로빈슨은 NBA 하부 G리그, 러시아, 중국, 터키 등을 거쳐 국내 프로농구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고 18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한국가스공사와 원정경기에서 KBL 데뷔전을 치렀다.
기록은 화려했다.
토마스 로빈슨은 30분 남짓 출전해 31득점, 14리바운드, 2스틸, 야투 성공률 46.4%를 기록했다.
그는 새 무대 적응이 필요한 첫 쿼터에 야투 8개를 던져 2개 성공에 그쳤다.
다음 쿼터부터 '클래스'를 증명했다. 2쿼터에 14득점을 퍼부었고 3쿼터에도 11득점을 퍼부었다.
득점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기량도 눈부셨다. 돌파는 물론이고 골밑에서도 위력적이었다. 신장 204cm의 피지컬과 스텝, 공격적인 자세와 판단력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돋보였다.
다만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는 많지 않았다. 슛 시도 대부분이 1대1 공격 시도였다. 자가격리를 마친 뒤 팀 훈련을 함께 한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토마스 로빈슨의 기량은 최근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인해 득점력이 떨어졌던 삼성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그의 실력과 풍부한 경험은 차민석, 이원석 등 삼성이 보유한 장신 유망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토마스 로빈슨은 KBL 데뷔를 앞두고 운동량이 많지 않았고 자가격리 기간에 근육량이 다소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100% 컨디션과 거리가 먼 상태다. 이 부분은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 문제와 함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로빈슨이 100%가 아닌 컨디션에도 첫 경기부터 30득점 이상을 퍼부었다는 사실은 높게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토마스 로빈슨의 수비는 전혀 돋보이지 않았다. 상대 선수에게 가까이 붙어 슛을 견제한다거나 비어있는 공간을 메우기 위해 움직이는 장면 등이 거의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는 점, 첫 경기의 특수성, 체력 저하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토마스 로빈슨이 보여준 수비에서의 에너지 레벨은 매우 낮았다.
이 문제는 체력이 올라오면 해결될 수도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또 토마스 로빈슨은 경기 내내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KBL 무대에서 뛰었던 정상급 외국인 선수 가운데 불만을 떨쳐내지 못하고 경기력이 흔들렸던 사례는 많다. 그런데 이처럼 데뷔전부터 판정에 예민했던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역시 삼성이 잘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