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전 남자친구가 집에 들어와서 계속 안 나가요"
이달 18일 오전 11시 6분께 한 여성의 112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지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오피스텔.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이 즉각 출동했다.
그런데 이들이 11시 8분께 신고지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여성의 전화가 다시 경찰에 걸려왔다. 전 남자친구인 30대 A씨가 집에서 나갔으니 신고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돌아가는 대신 오히려 다른 경찰들을 추가로 불러 오피스텔 안팎을 수색했다. 여성에게 신고를 취소하게 한 뒤 경찰관들이 떠나면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범행을 이어가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복도와 비상계단, 옥상 등 수색을 마치고 여성의 집 내부를 확인한 경찰은 방 안에서 A씨를 발견했다. 방에 머물던 경위를 캐묻자 A씨는 "경찰관이 오면 일이 커질 것 같아 일단 들어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여성도 "신고를 취소했는데 경찰이 바로 오니까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여성이 회유 내지는 협박당해 상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A씨와 분리된 장소에서 다시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은 "며칠 전 헤어진 전 남친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약 1시간 전에 들어온 것"이라며 "말다툼을 하다 결국 신고를 하니 '신고한 걸 후회할 거야'라고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이런 진술을 토대로 A씨를 주거침입·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또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하고 입건된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신수경(24) 순경은 "이번 사건은 최초 신고 2분 뒤 신고가 취소됐으나 안전 확인 과정에서 스토킹 범죄 혐의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신고 전후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며 신중히 대응해 스토킹 범죄가 중대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