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숨진 채 발견된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의 동생 김모씨. 연합뉴스성남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경 조사를 받다가 21일 숨진 채 발견된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의 동생은 '모든 책임이 실무자한테만 돌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처장의 동생 김모씨는 22일 김 처장의 빈소가 마련된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처장이 숨지기 하루 전, 김씨는 김 처장과 만나 식사를 했다. 김씨는 김 처장이 정신적으로 힘들어 해 직접 밥을 떠먹여 주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실무자에 불과한 김 처장에게 대장동 특혜 의혹 책임이 몰렸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도개공 주요 관계자 중에선 유일한 현직이다 보니,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는 것이다.
그는 "형의 입장을 들어봤는데, 자신은 실무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밖에는 없다고 억울해 했다"며 "한 분은 돌아가셨고, 또 다른 분은 수감된 상태다 보니 현직으로 있는 사람은 저희 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칭한 이들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과,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성남도시개발공사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 개발1처장. 연합뉴스김씨는 김 처장이 공사로부터 징계 의결 통보를 받고 힘들어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처장은 지난 9월 민간인 신분으로 공사를 찾아온 정민용 변호사에게 비공개 자료를 열람시켜준 일로 감사를 받아왔다. 숨진 당일인 21일에는 공사로부터 중징계 의결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회사가 자신을 중징계 하기로 하고,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청구까지 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조사로 김 처장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형이 3개월 동안 검찰 조사를 4번 받았는데, 검찰 조사를 받고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며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형과 관계자들을 고소하고, 경찰 조사까지 이어졌는데 그 압박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형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았고, 중징계 문제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형이 가족을 등져서 마음이 아프다"며 "형의 억울함과 이런 상황을 만든 이 나라, 정권, 모든 현실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앞서 전날 오후 8시 24분쯤 성남도개공 관계자는 건물 1층에서 숨져있는 김 처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남편과 연락이 안 된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김 처장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자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김 처장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과거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성남의뜰'에서 공사 몫의 사외이사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