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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모발 앞으로 치아 제대로, 이재명 슬로건 먹혔다"[한판승부]

선거

    정철 "모발 앞으로 치아 제대로, 이재명 슬로건 먹혔다"[한판승부]

    CBS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정철 카피라이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메시지 총괄)

    새 슬로건 받아든 이재명 '흔쾌히' 수락하더라
    생존이 목표인 2030, '나라'말고 '나'를 위해 투표하라
    이재명, 나를 위해 뽑아서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
    '나를 위해 이재명' 슬로건, 마음껏 갖고 놀아주세요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대선이 다가오면 각 대선후보들의 슬로건을 발표를 합니다. 짧은 문장을 통해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하고 또 후보의 비전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슬로건을 내놓느냐 정말 중요합니다. 저희가 그래서 국민의힘, 민주당 등 주요 후보들의 슬로건 만드시는 분들을 만나는 시간 가질 예정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슬로건 만드신 분을 모셨어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메시지총괄을 맡고 있는 분이시죠. 정철 카피라이터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철> 안녕하세요. 정철입니다.
     
    ◆ 진중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성회> 안녕하세요.
     
    ◇ 박재홍> 우리 진중권 작가와 김성회 소장과 인사 나누셨고요. 처음 뵙습니다. 많은 분들이 얼굴은 모르셔도 이 정철 카피라이터님의 많은 글과 슬로건은 보셨을 것 같아요.
     
    ◆ 정철> 네.
     
    ◇ 박재홍> 그래서 지금 30년이 넘으신 거죠?
     
    ◆ 정철> 얼추 35년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 정철> 처음 대학 졸업하고 처음 가진 명함에 카피라이터 정철 이렇게 써 있어서 와, 되게 신기하다 했었는데 그 일을, 그 한 가지 일을 35년째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35년 전에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종 자체가 굉장히 생경한 문화 아니었어요?
     
    ◆ 정철> 그렇죠. 저도 잘 몰랐습니다.
     
    ◆ 진중권> 왜 카피라이터를 하셨어요.
     
    ◆ 정철> 제가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찾아봤는데 글 써서 밥 먹는 직업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거의 포기를 하고 모 기업에 가기로 했고 저는 그런데 국문과 이런 게 아니고 경제학을 전공을 했거든요.
     
    ◇ 박재홍> 경제학 전공이시구나.
     
    ◆ 정철> 가기로 하고 이렇게 나오는데 우리 정경대 사무실에 벽보가 하나 붙어 있는데 카피라이터 추천 이런 게 붙어 있더라고요. 그때 그 단어를 처음 본 거예요. 카피는 모르겠는데 뭔가 라이터니까… 뭔가 글을 쓰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제 다른 회사 추천을 받고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서 저거 뭐냐 저거 추천서 하나 달라. 그리고 광고 문안 쓰라는 거래요. 세상에 그런 직업이 있느냐. 이거 재미있겠다 나 하나 줘라 해서 억지로 한 장 뜯어서 냈는데 그게 이제 시작이 된 거죠.
     
    ◇ 박재홍> 덜컥. 그러니까 결국 카피라이터라는 그 다섯 글자의 단어가 선생님을 이렇게 평생의 직업으로 인도를 한 거군요.
     
    ◆ 정철> 그런데 그게 진짜로 나가는데 제가 오른쪽 벽을 보고 이렇게 걸어 나갔을 거예요. 그때 왼쪽 벽을 보고 걸어 나갔으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 정철>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정말로 오른쪽 벽을 우연히 보면서 나와서 그게 보였을까. 제가 뭔가를 계속 담아두고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이게 계속 담아두면서 뭔가 염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보인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김성회> 오른쪽을 못 보고 나가셨으면 들어오는 길에 다시 오른쪽을 보셨을 거예요.(웃음)
     
    ◆ 진중권> 그런데 사실은 낱말만 본 거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 일을 하게 되셨을 때의 상황은 다를 거 아니에요. 한 번 해본 적도 없고 어디서 참고할 데도 없고. 그때 그 심경이 어땠는지.
     
    ◆ 정철> 거기가 이제 MBC애드컴이라는 광고회사였는데요. 제가 처음 거기를 들어간 이유는 거기가 이제 연봉도 꽤 준다 그러고.
     
    ◇ 박재홍> 중요하죠.
     
    ◆ 정철> 아, 내가 여기서 낮에 카피 광고를 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소설을 써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거기를 간 거예요. 카피는 내가 원래부터 쓰려고 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데 한 6개월, 1년 정도 카피라는 것을 써보니까 내 글이 여기에 더 맞는 거예요. 아, 그럼 뭐 소설은 공지영 씨가 쓰면 되지 왜 내가 써… 그러고 한 1년 후부터는 소설을 완전히 포기를 하고 카피만 쭉 한 거죠.
     
    ◆ 김성회> 그런데 사실 책은 되게 많이 쓰시지 않나요? 지금도?
     
    ◆ 정철> 그거는 이제 카피를 한 20년 정도 쓰다가 카피라는 게 카피라이터라는 것을 다르게 얘기를 하면 남의 얘기를 대신해 주는 사람 이렇게 정의할 수 있거든요. 콜라 얘기도 해 주고 라면 얘기도 해 주고. 그런데 그걸 한 20년 하다 보니까 내 얘기가 마렵다,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는 남의 얘기는 꽤 한 것 같은데 내 얘기는 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영화 같은 것은 이렇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이름들이 올라가는데 광고는 엔딩크레딧이 없어서 누가 만든 건지 내 얘기를 좀 해 보고 싶다 해서 그때 한 10년 전부터 책을 쓰기 시작한 거죠.
     
    ◆ 김성회> 제 기억에는 거의 매년 1권 정도씩 목표로 하신다고.
     
    ◆ 정철> 그렇게 한 10년 했었죠.
     
    ◆ 진중권> 처음에 썼던 카피가 기억나세요?
     
    ◆ 정철> 그게 기억나요. 기억나는데 그때 신입사원한테 중요한 카피를 주겠어요? 그때는 대학신문이라는 게 있었는데 대학신문에 들어가는 광고. 그런데 그때는 이불도 광고를 했어요.
     
    ◇ 박재홍> 이불. 이불 광고.
     
    ◆ 정철> 그래서 그때 아마 이대, 숙대 여자대학에 들어가는 광고인데 뭐 지금은 없어졌을 거예요. 해피론이라는 이름이 있었거든요. 그 카피를 하나 써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막 썼죠. 몇 가지를 썼어요. 퇴근도 안 하고. 그런데 이제 갑자기 카피 얘기를 길게 하는데.
     
    ◆ 진중권> 괜찮아요.
     
    ◆ 정철> 우리 사수가, 사수가 대한민국의 전설 같은 이낙운 선생님이라고 있어요. 써니텐 흔들어주세요 했던 그분이 저 뒤에서 있는데 막 써서 보여드렸더니 마, 고생했네 이러면서 탁 치워버리는 거예요. 딱 보고 치워버려요.
     
    ◆ 진중권> 채택을 안 한 겁니까, 그러면?
     
    ◆ 정철> 네. 그리고 막 하나 써서 딱 주는데 저는 정말로 그때 아, 카피가 이런 거구나. 저는 그때는 이불의 품질 얘기도 하고 막 디자인 얘기도 하고 막 제품만 막 보고 있는데 이낙운 선생님이 딱 그 원고지에 몽블랑 만년필로 딱 내려쓰시는 분이었는데 헤드라인을 보고 제가 정말로 충격을 받았는데 딸 자식 마지막 효도는 시집 가 주는 겁니다 이게 헤드라인이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제품만 봤는데 이분은 제품을 사용할 사람을 본 거죠. 아, 이게 사람 얘기구나.
     
    ◇ 박재홍> 이불을 사니까. 만약에 결혼하게 되면 이불을 사야 되니까.
     
    ◆ 정철> 이불에 관심이 있을 거고 그때는 혼수 이런 게 지금 하고 감성이 다르니까. 사람 얘기를 했을 때 사람한테 울림이 있구나 그런 걸 그때 이제 받았죠.
     
    ◇ 박재홍> 그래서 그 인생을 사시다가 드디어 이제 원래 주제로 가면 이재명 후보의 선거 슬로건을 이제 만드셨어요. 이번에 이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는 앞으로 제대로. 슬로건은 나를 위해 이재명을 만들었어요.
     
    ◆ 김성회> 일단 캐치프레이즈하고 슬로건이 뭔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조금 그 단어부터 설명을 좀 해 주시겠어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기도 광명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대전환과 국민 대도약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기도 광명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대전환과 국민 대도약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정철> 몰라도 돼요. 몰라도…(웃음)
     
    ◇ 박재홍> 정말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선생님. 저희는 이게… 외워야 되나 고민했거든요.
     
    ◆ 정철> 이재명 후보가 두 종류의 카피를 던졌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구분을 한다면 슬로건은 제품이나 기업이나 사람을 규정하는 짧은 글. 그러니까 또 하나의 가족 이런 게 슬로건이죠. 짧고 되게 이제 상대적으로 긴 기간 사용하는 거고 캐치프레이즈는 슬로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좀 짧은 기간 사용하는 건데 이거는 행동을 유도하거나 이런 거예요. 선거로 말하면 선거 구호 같은 거죠. 그러니까 옛날 카드 광고 중에 부자 되세요, 이런 캠페인 있었잖아요.
     
    ◇ 박재홍> 있었죠.
     
    ◆ 정철> 그런 게 캐치프레이즈가 되는 거죠. 그래서 그냥 그 구분 안 하시고 둘 중에 마음에 드는 거 입에 붙는 것을 그냥 사용하시면 됩니다.
     
    ◆ 김성회> 그럼 그런 의미로 캐치프레이즈 '앞으로 제대로'에 담긴 의미를 설명 부탁드릴까요.
     
    ◆ 정철> 의미를 말씀드리기 전에 의도를 먼저 좀 말씀을.
     
    ◇ 박재홍> 원작자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 정철> 예전에는 후보와 국민이 있다면 그러니까 생산자와 소비자, 메시지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다면 둘 사이에 이렇게 큰 벽 같은 게 경계가 확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생산한 사람은 생산해서 국민에 주면 국민이 그것을 그냥 받는, 어떻게 보면 일방적인 그런 소통을 했다면 이제 세상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런 소통으로는 효과적인 소통이 아니다, 그거는. 뭔가를 완성품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갖고 놀 수 있는 재료를 던진다라는 생각을 갖는 게 이게 그래야 쌍방소통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딱 이걸 받아서 이걸 가지고 노는 거예요. 글자도 붙이고 패러디도 하고.
     
    ◇ 박재홍> 그렇죠.
     
    ◆ 정철> 그래서 이제 앞으로 제대로의 의미는 앞으로는 이제 가겠다 제대로는 하겠다 이런 거죠. 미래의 얘기를 하겠다. 그다음에 잘 못한 부족한 부분은 또 채워서 가겠다 이런 얘기인데. 로, 로로 끝나서 리듬이 좋아서 그렇게 했는데 사람들이.
     
    ◇ 박재홍> 앞으로, 제대로.
     
    ◆ 정철> 지금 시내에 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 민주당 현수막 보면 경제 앞으로 민생 제대로 이렇게 붙어 있거든요. 그렇게 이제 확장하고 활용을 하는 거죠. 그래서 어제 제일 재미있었던 게 어제 탈모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잖아요.
     
    ◇ 박재홍> 맞습니다.
     
    ◆ 정철> 모발 앞으로 치아 제대로. 뭐 이런 게…
     
    ◇ 박재홍> 임플란트 얘기가 있으니까.
     
    ◆ 정철> 시민들이 그런 걸 갖고 노는 거예요.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고 놀 수 있는 슬로건이나 카피를 던지는 게 시민들이 뭔가 의욕도 생기고.
     
    ◇ 박재홍> 여백이 있으니까 여백을 시민들이 채우면서 후보도 생각할 수 있는.
     
    ◆ 정철> 그러면 이게 뭐랄까 선거운동이 조금이라도 재미있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진중권> 원래 디지털 시대에는 글을 올리게 되면 옛날 독자랑 달라요. 옛날 독자들은 책으로 봤을 때 완성품을 받잖아요. 인터넷 위에 올라온 글은 이게 언제든지 가공이 가능하거든. 그런 데 굉장히 익숙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 주고 그다음에 그 효과도 사실 바이럴이라는 게 더 큰 거죠. 그걸 노리신 것 같아요.
     
    ◆ 정철> 그런데 그런 의도가 있어 이걸 시민들이 잘 가지고 놀 수 있을까. 할 것 같다. 한두 개 예만 우리가 던져주면 이 시중에는 천재들이 정말로 많거든요.
     
    ◇ 박재홍> 강호에는…
     
    ◆ 정철> 네, 강호에는. 진짜 그런 것들이 지금 일주일 됐는데 막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의도에서 갔는데 어느 정도 이제 저희 의도대로 움직이는 그런 느낌.
     
    ◆ 김성회> 제가 사실은 우리 이분은 성함보다는 유명한 게 정 카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분이거든요. 그러니까 정 카피가 이름입니다. 시중에서는 우리가 정 카피라고 하면 알아듣는데 2017년 대선 때 제가 홍보본부에서 모시고 일을 했던 분이에요.
     
    ◇ 박재홍> 그래서 아직 여전히 서먹서먹하시군요.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친한 척을 안 하는데 제가 지금 깜짝 놀라고 있는 것은 그 당시에 뭐 나라다운 나라, 이런 구호들을 만들 때 사람이 먼저다를 만들 때는 이걸 사람들이 어떻게 갖고 놀까 이렇게 규정하기보다는 이걸 이 구호를 어떻게 전달할까라는 건데 벌써 5년 사이에 홍보업계에 혹은 대선 캠페인이 변했다는 얘기이고 그게 완전 저한테는 다르게 들리네요.
     
    ◆ 정철> 그러니까 홍보업계가 변했다거나 대선 캠페인이 변한지는 잘 모르겠고 제가 워낙 또 천재적인 감각으로…(웃음)
     
    ◇ 박재홍> 그러니까요.
     
    ◆ 정철> 그런데 확실히 달라지기는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저같이 늙은 사람이 한다는 거는 그런 것들을 많이 봤다는 거죠.
     
    ◇ 박재홍> 그렇죠.
     
    ◆ 정철> 이래저래. 아, 그런 게 있어야겠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는 거고. 그때는 2012년.
     
    ◆ 김성회> 그때는 비장했죠.
     
    ◆ 정철> 그때는 이런 생각을 못했어요. 좀 비장했죠.
     
    ◆ 김성회> 그렇죠.
     
    ◇ 박재홍> 그런데 이런 걸 딱 카피를 만드실 때 창작의 어떤 순간은 어떻게 마련하십니까? 저희 같은 사람들은 모니터를 딱 바라보고 있거든요. 모니터를 막 바라보면서 창밖을 바라보거나 이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 정철 카피라이터님은.
     
    ◆ 정철> 크레이터들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죠. 100명이면 100가지의 방법이 있을 텐데 뭔가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라고 치면 100가지 레시피가 있을 텐데 저라는 요리사는 막 어디를 막 부지런히 쫓아다녀서 뭔가 자료 수집하고 인터뷰 하고 이렇게 잘 못해요, 게을러서. 그냥 가만히 앉아서.
     
    ◇ 박재홍> 앉아계세요?
     
    ◆ 정철> 종이하고 연필만 들고 하루 종일 끌로 파다가 뭔가 간질간질 간질한데 잘 안 나오잖아요. 이게 그때그때 안 나오죠. 그러다가…
     
    ◇ 박재홍> 그분이 오십니까?
     
    ◆ 정철> 그러니까 나라는 화두는 계속 생각했는데 그게 나를 위해가 정말 쉬운데 쉬운 문장이잖아요. 쉬운 조합인데 그게 안 나오다가 딱 나왔는데 뭐랄까요, 그때의 느낌이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카피를 썼는데 모든 카피가 결과가 딱 나왔을 때 똑같은 반응이 아니라 어떤 때는 앞이 묵직하고 어떤 때는 뒤가 굉장히 가벼울 때가 있어요. 묵직할 때는 뭔가 남아 있는 거예요. 뭔가 하여튼 찜찜하게 남아 있는 거고.
     
    ◆ 진중권> 아직 다 나온 것이 아닌 거죠.
     
    ◆ 정철> 가볍다는 느낌이 들면 남김없이 썼다라는 느낌. 그런데 나를 위해는 더 붙일 것도 없고 더 첨가할 것도 없고 정말 남김없이 썼다라는 느낌이 딱 들었었거든요.
     
    ◇ 박재홍> 마음에 드셨군요.
     
    ◆ 정철> 네. 그래서 이걸 이제 사람마다 다르니까, 평가가. 똑같은 카피를 보고 아, 이거 물건이 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이거 매가리가 없다. 그런데 이제 저는 좀 이걸로 갔으면 좋겠다, 이런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막 적극적으로 설득을 좀 했죠.
     
    ◇ 박재홍> 이 카피를 받아든 이재명 후보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 정철> 흔쾌히.
     
    ◇ 박재홍> 흔쾌히.
     
    ◆ 정철> 흔쾌히.
     
    ◇ 박재홍> 본인 이름이 들어가니까 굉장히 좋아하셨겠네요.
     
    ◆ 정철> 뭐…
     
    ◇ 박재홍> 아주 잘했구먼.
     
    ◆ 정철> 그런데 이제 후보가 카피의 느낌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아, 이런 것은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해라는 그런 자세, 그런 게 좀 보였어요, 저는 강하게.
     
    ◆ 김성회> 그런데 원래 선거를 두세 번 이상 해 보신 분들은 다 자기가 최고의 홍보 전문가라고 생각해서 내용에 입을 대기 마련인데 그래도 그 충동을 후보님도 그렇고 옆에 계신 분들도 잘 견디신 모양입니다.
     
    ◆ 정철> 그렇죠. 왕년에 초등학교 때 백일장 가서 가작 한번 안 타본 사람 없거든요.
     
    ◇ 박재홍> 그렇죠, 왕년에.
     
    ◆ 정철> 그림, 영상은 잘 몰라요. 그런데 글은 왕년에 또 내가 다 쓴 것 같아.
     
    ◇ 박재홍> 굉장히 주관적이고.
     
    ◆ 정철> 그래서 한마디씩을 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런 회의가 이제 길어지다 보면 말을 위한 말을 이제 하나씩 뭔가 해야, 뭔가 한마디를 해야.
     
    ◆ 진중권> 그렇지, 나도 여기 캠프에 참여했는데 한마디 의견을 내야지.
     
    ◆ 정철> 그렇지. 그래야 더구나 이제 뭐 중요한 일인데 그런데 이제 일부러 제가 후보 반응이 있기 전에 막 설명을 했어요. 선제공격을 좀 했죠. 그랬더니 조금 이렇게. 그래서 조금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결정이 된 그런 카피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이 캐치프레이 앞으로 제대로에서는 앞으로는 자꾸 뒤로 가려는 윤석열 후보와의 대립각을 위해서 쓰셨다, 이런 말씀이 있는데.
     
    ◆ 정철> 그게 일부 있고 기본적으로는 미래 이야기를 하겠다. 앞으로 우리가 먹고살 이야기. 그러니까 디지털 경제 뭐 이런 쪽. 그 얘기를 하겠다. 과거 얘기를 좀 그만하겠다 그런 얘기고 제대로는 조금 부족했던 거 예를 들면 부동산 정책이랄지 이런 것을 제대로 해서 이재명의 효능감을 보여주겠다, 그런.
     
    ◆ 김성회> 일종의 문재인 정부와 좀 거리를. 거리까지는 모르지만 반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겠네요.
     
    ◆ 정철> 저는 거리두기 이런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연히 더 나은 정부가 돼야 되니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 얘기를 적극적으로 해야 되고 그것을 문재인 지지자들도 받아들일 자세가 어느 정도 충분히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진중권> 카피를 만드실 때 딱 하나만 만들어가세요? 아니면 몇 가지 이렇게.
     
    ◆ 정철> 대개 이제 몇 가지를 만들죠. A안, B안, C안.
     
    ◇ 박재홍> 첫째아들, 둘째아들.
     
    ◆ 정철> 경우에 따라서는 10개, 20개 할 때도 있고요. 들어갔다가 다 아니면 또 하고 또 하고.
     
    ◆ 진중권> 이번에는 어땠습니까?
     
    ◆ 정철> 이번에는 두 가지 라인을 드렸는데요. 처음에는 수십 가지가 있었고 우리끼리는. 두 가지 라인을 드렸는데 내부적으로 우리끼리는 이 나를 위해로 가자라는 합의가 어느 정도 돼 있어서 B안은 약간 논쟁 소지가 있는 거라서. 그게 이제…
     
    ◆ 진중권> 뭐지, 궁금한데.
     
    ◆ 정철> 옛날에 우리 광고쟁이들은 다 아는데 광고심의라는 게 있었어요. 광고를 심의를 받아, 허락을 받아야 나갔었어요. 방송광고위원회. 그러면 이게 심의에 걸릴까 안 걸릴까 아리까리한 게 있어요. 어떤 때는 걸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지나가기도 하고. 그러면 그게 아리까리하면 아리까리가 표준말인지 모르겠네요.
     
    ◇ 박재홍> 괜찮은 말입니다.
     
    ◆ 정철> 확실하게 걸릴 걸 밑에 하나 둬야 이거 잡아내느라고 이걸 쓱 지나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노하우들이 좀 있는데 이번에도 약간 그런 느낌으로 접근을 했고요. 그런데 이제 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건 아니고 나름대로 또 의미를 갖고 있는 거기 때문에 여기서 그것이 어떤 거라고 말씀드리기.
     
    ◆ 진중권> 그 전략에 속아 넘어가셨구나, TF가.(웃음)
     
    ◆ 정철> 성공했습니다.(웃음)
     
    ◇ 박재홍> 그런데 유능감을 넘어서 주기 위해서 이번에 새로운 카피들이 나왔는데 '나'라는 단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코로나 시대에서 이제 양극화가 심해지고 또 이제 혐오와 갈등이 커지는 시대 상황을 봤을 때 이 '나'라는 단어보다는 '우리'라는 단어가 더 좋지 않냐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 정철> 있었죠. 특히 이 민주당 의원들은 평생을 우리라는, 우리나라, 우리 공동체 이게 숙명처럼 들고 다니던 단어인데 갑자기 나를 던지니까 이건 뭐야. 나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개인주의, 이기주의.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제는 우리를 사실은 내가 24시간 살면서 다 나를 위해 살면서 갑자기 그런 콘셉트나 그런 얘기할 때는 갑자기 우리를 얘기하면 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제 정치 카피는 시대정신을 잘 읽어야 한다는 말들을 하는데 예를 들면 공정, 성장, 이런 것들이 시대정신이다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손에 안 잡히는 것 말고 정말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고 이런 명사 중에 시대정신이 뭘까 생각했더니 저는 나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사실 5년 전에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투표를 했고 나라를 위해서 촛불도 들고 했잖아요. 5년이 지났어요. 이제 그때 문재인 후보는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으로 당선이 됐고 5년 동안 열심히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서 국격도 굉장히 높아졌고 코로나도 굉장히 잘 대처하고 있고. 나라가 나라다워졌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생존이 지금 목표인 그런 상황에서 계속 살고 있다는 거죠. 그러한 친구들한테 또 나라를 위해 투표해라라고 하는 것은 좀 너무 많이 간, 과하다. 이제는 너를 위해, 너를 위해. 너를 위해, 네 이익을 위해 네 즐거움을 위해 투표할 때가 됐다. 
     
    그리고 그게 저는 그런 가치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약간에 처음에 그런 얘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고 그거는 한번 논쟁을 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걸 던진 건데 의외로 우리 2030이나 여성들은 쉽게 받아들여요. 이게 익숙해요. 어, 나를 위해. 그러니까 그전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살아온 역사. 이분을 위해서 내가 투표를 했고 막 그런 거였는데 그건 옛날 사람들 얘기이고 나는 나를 위해 투표해. 내가 필요한 사람을 내가 그냥 뽑아. 그래서 부려먹을 거야. 이런 느낌을 오히려 주는 게 낫지 않을까.
     
    ◆ 김성회> 그런데 정확히 타깃 자체가 말씀 중에 나왔지만 2030 여성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이었나요?
     
    ◆ 정철> 그런데 그게 슬로건이 딱 하면 전 유권자를 물론 다 상대를 하는 건데 특히 이제 그때 우리가 취약했던 2030, 여성 이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러다 보면 슬로건이랄지 뉘앙스, 느낌,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젊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무슨 준비된 대통령과 나를 위해는 정말 차이가 좀 있거든요.
     
    ◇ 박재홍> 그렇죠.
     
    ◆ 정철> 준비된 대통령은 후보의 목소리고 나를 위해서는 국민의 목소리예요. 그게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죠. 너희들이 주인공이고 네 이야기다라는 느낌 그런 걸 준비하고 했습니다.
     
    ◆ 진중권> 이번에 탈모치료제 이거 가지고 지금 또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거기서 보면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을 심는 겁니다 이것도 프레이즈가 있는데 이것도 직접 만드신 건가요?
     
    ◆ 정철> 아니요. 제가 다 못하고요. 저는 어쩌다 이제 조금 하는 거고 그건 정말로 순발력 있게 그게 이슈가 확 올라왔을 때 그 영상을 바로 찍었거든요. 그때 제일 중요한 건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속도. 시간이.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김성회> 그게 준비해 놓은 게 아니었어요?
     
    ◆ 정철> 네. 준비해 놓은 게 아니라 속도 이런 거라서 아마 움직시다가 그냥 휴대폰으로 이제 수행 이쪽 팀들이 아마 찍은 것 같아요.
     
    ◆ 김성회> 그러면 공약이 소위 말한 커뮤니티에서 핫하게 뜨니까 이걸 지금 잡자 그래서 찍은 영상이라고요? 처음부터 준비해 둔 게 아니고. 거꾸로 알았네요. 메시지 총괄께서 감독을 한번 안 하신 거네요.
     
    ◆ 정철> 저는 몰랐어요. 그거 찍은지 몰랐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메시지 총괄을 하시잖아요. 그러면 어떤 메시지까지 다 보시는 겁니까? 카피.
     
    ◆ 정철> 다 못 보죠. 다 못 보는 건데.
     
    ◇ 박재홍> 연설문 검토는 하시는 건 아닌가요?
     
    ◆ 정철> 그건 메시지팀이 또 있고요.
     
    ◇ 박재홍> 그런가요.
     
    ◆ 정철> 홍보팀이 또 있고 그다음에 전략, 정책 다 있는데 저는 이제 따로 좀 떨어져 있어서 각 본부에서 카피가 필요할 때 무슨 행사를 하는데 백드롭 헤드라인이 필요할 때 혹은 행사 이름이 필요할 때 여기저기서 연락을 하면 제가 막 받아서. 그러니까 한꺼번에 막 대여섯 군데에서 이거 좀 생각해 주세요 하고 올 때도 있고. 그러니까 제가 잘 쓰는 건 자신 없는데 빨리 쓰는 건 좀 하거든요.
     
    ◇ 박재홍> 빨리 쓰세요?
     
    ◆ 정철> 바로 바로.
     
    ◇ 박재홍> 엄청난 능력이네요, 그것도. 빨리 쓰고 또 좋은.
     
    ◆ 정철> 저한테 오히려 지금 더 맞는 것 같아요. 옛날에 홍보본부 이렇게 식구들 낑낑거리면서 있는 것보다.
     
    ◇ 박재홍> 정철 카피라이터 민주당 내 선거 메시지 총괄 함께하고 있는데요. 너무 재미있네요. 사실은 이게 선거 얘기가 아니고 한판클라스. 카피라이터의 인생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한 1분 남았는데요.
     
    ◆ 정철> 그래요?
     
    ◇ 박재홍> 마지막으로 청취자분에게 특별히 또 전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다고 하셔서 어떤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 정철> 저는 이제 이번에는 두 가지 슬로건을 내놨는데요. 이게 이제 생물이라고 생각해요. 나가서 자기가 어떻게 생명을 얻느냐는 우리 캠프나 카피라이터나 후보의 몫이 아니고 시민들의 몫으로 던져진 거죠. 그래서 앞으로 제대로 이게 이제 캐치프레이즈라고 말씀드렸는데 술자리에서 앞으로 제대로. 선창, 후창 해 주시고 나를 위해 이것도 가지고 막 놀아주시고 나를 위해, 내 밥상을 위해, 내 머리카락을 위해 막 이렇게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니까 이 슬로건이 생명을 얻을 수 있게 시민들이 많이 좀 갖고 놀아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 박재홍> 많이 놀아주시고 인증샷을 정철 카피라이터 SNS에 올리시면.
     
    ◆ 정철> SNS에 올려주시면 제가 다 찾아보겠습니다.
     
    ◇ 박재홍> 좋아요 눌러주신답니다. 선거 얘기했는데요. 나중에 선거 끝나면 카피라이터의 세계에 대해서 한판클라스로 모셔보고 싶습니다.
     
    ◆ 진중권> 한판클라스로 제대로 잡아야겠습니다.
     
    ◆ 정철> 그때는 9시 이거 없겠죠. 끝나고 2차로 이렇게.(웃음)
     
    ◇ 박재홍>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민주당 선대위 메시지 총괄을 맡고 계신 정철 카피라이터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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