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오미크론 변이의 빠른 확산과 함께 신규 확진자 규모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위중증 환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면 당연히 위중증 환자도 증가하기 마련인데 위중증 환자가 역주행하는 이유는 뭘까. 고위험군의 3차 접종 효과와 위중증 환자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증가하는 시차효과가 겹쳐 작용하고 있어서다. 지금 상황만 보고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0일과 21일 위중증 환자 수는 각각 488명, 431명으로 연속 400명 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1일 후 이달 초까지 줄곧 1천명 대에 머물던 위중증 환자수는 이달 4일 973명으로 떨어졌고 이후 줄곧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일 급속도로 늘고 있는 신규 확진 규모와는 대조적인 수치다. 17일까지만 해도 3859명에 그쳤던 신규 확진자 수는 오미크론 유행과 함께 빠르게 늘어 18일 4072명, 19일 5805명 그리고 20일과 21일 각각 6603명과 6769명으로 연속 6천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같은 감소세에는 우선 위중증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노인에 대한 백신 부스터샷(3차 접종) 비중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규 확진자가 7천명대에 달했던 12월 중순 60대 이상 중 3차 접종자 비중은 30% 수준에 그쳤지만 21일 기준으로는 84.3%가 접종을 마친 상태다.
실제 3차 접종이 위중증을 차단하는 데 2차 접종자, 특히 미접종자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은 관련 연구와 분석 결과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중대본은 자체 분석 결과 미접종 확진군의 중증화율은 3차 접종 후 확진군에 비해서 11배, 2차 접종 후 확진군 대비 5배 높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도 국내 20~59세 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차 접종 2~3주 뒤 오미크론 변이를 무력화하는 능력이 뚜렷하게 증가한다고 20일 발표했다.
방역당국은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백신 무용론에 대해 여러 차례 강도 높게 반박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연합뉴스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0일 백브리핑에서 "중환자 55.7%가 미접종라는 통계를 가지고 '그럼 나머지는 접종완료자가 아니냐'며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미접종자는 12세 이상 76% 358만 명 중 발생한 수치고 접종 완료자는 4350만명에서 발생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초 통계도 감안하지 않고 수치만 가지고 사실인 양 떠드는 정보들을 흘려듣길 부탁한다"며 이례적인 강도 높은 표현과 함께 백신 무용론의 주장을 일축했다.
백신효과와 함께 위중증 환자 규모가 신규 확진자 증감 2~3주 후 나타나는 '시차'도 위중증 환자 감소세의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지금 위중증 환자 수는 현 시점의 확진 규모가 아닌 2~3주 전 신규 확진 규모를 추종하는 일종의 '후행지표'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지금 위중증 환자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2~3주 전에는 확진자가 감소세한 데 따른 것이다. 12월 중순 7천명대까지 치솟았던 확진자 수는 지난달 말~1월 초에 지속적으로 감소해 4일 3022명까지 떨어졌다.
그래픽=김성기 기자다만 오미크론 유행으로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는 만큼 위중증 환자가 지금처럼 계속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확진자 수가 한동안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정 시점이 지나면 위중증 환자수도 비례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확산 속도면 곧 만명대 확진자도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설 연휴 기간 동안 확산세를 통제하지 못하면 2월 말에는 하루 1만 명에서 1만 5천 명 규모의 신규 확진자 발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오미크론 대응 단계에 앞서 의뢰한 민간전문가들도 2월 말에 확진자가 1만명에서 3만명까지도 늘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 규모가 커지는 점은 오미크론 특성 상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보며 위중증 환자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영래 반장은 "오미크론 위중증률이 (델타보다)낮은 것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감염을 최소화하고 또한, 고위험군을 적절하게 관리해 중증이나 사망으로 까지 가지 않는데 의료체계를 집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