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픈 커리. 연합뉴스
2009년 미국프로농구(NBA)에 데뷔한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지금까지 정규리그에서 총 6,695개의 야투를 성공했다. 그 중 3점슛은 NBA 역사상 최다인 3,038개다. 커리는 2010년대 워리어스의 전성기를 이끄는 과정에서 수많은 야투를 생산했고 수많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슛 성공과 동시에 팀 승리를 확정하는 '버저비터'는 없었다.
마침내 해냈다.
스테픈 커리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2021-2022 NBA 정규리그 휴스턴 로켓츠와 홈 경기에서 4쿼터 종료 버저와 동시에 중거리슛을 성공해 골든스테이트의 105대103 승리를 이끌었다.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에 나선 스테픈 커리는 경기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수비수 케빈 포터 주니어를 스텝백 기술로 따돌리고 중거리슛을 터뜨렸다.
그가 경기를 끝내는 버저비터를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테픈 커리는 NBA 무대에서 수많은 게임 위닝샷을 터뜨렸다. 0.1초를 남기고 승부를 결정한 2014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4쿼터 혹은 연장전 버저비터는 없었다.
스테픈 커리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하나 넣을 때도 됐다. 내 생애 첫 버저비터"라고 말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스테픈 커리가 더욱 큰 감격을 느낀 이유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슈팅 슬럼프가 이날 경기에서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버저비터 이전까지 야투 20개를 던져 5개 성공에 그쳤다. 2쿼터 막판에서야 첫 야투를 성공했을 정도로 감이 좋지 않았다. 이번 시즌 개인 최다 12어시스트를 올리며 분전했지만 4쿼터 막판 2개의 3점슛을 모두 놓치는 등 해결사 노릇을 하지 못했다.
부진이 계속되자 평소와는 다르게 스스로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스테픈 커리는 후반 작전타임 때 벤치로 들어가 의자를 발로 찼다.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스테픈 커리는 "때로는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도 있다.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도 있다. (의자를 발로 차면서) 아무도 안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스테픈 커리의 행동을 보면서 오히려 희망을 품었다. 그는 "그 부분이 아마 커리가 가장 과소평가받는 대목일 것이다. 그의 경쟁심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스테픈 커리는 스스로에게 쌓인 분노를 생애 첫 버저비터로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스테픈 커리는 3점슛 4개를 포함해 22득점 12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여전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생애 첫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회복의 가능성을 알렸다.
스테픈 커리가 버저비터를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휴스턴이 그만큼 선전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서부컨퍼런스 최하위 휴스턴은 워리어스 원정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최근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하지만 막판 해결사의 차이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