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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쳤으니까 징계 준다? NBA 논란의 반칙과 흔들린 동업자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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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쳤으니까 징계 준다? NBA 논란의 반칙과 흔들린 동업자 정신

    밀워키 구단이 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게시물. 트위터 캡처밀워키 구단이 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게시물. 트위터 캡처

    지난 2017년 1월 '발 걸기의 달인, 美 대학의 이상한 농구 선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당시 듀크 대학의 문제아 그레이슨 앨런을 소개한 적이 있다.

    앨런은 대학 시절 세 차례나 상대 선수를 발로 걸어 넘어뜨린 전력이 있다. 자신이 먼저 넘어진 다음 화를 참지 못하고 발을 들어 상대 선수에게 분풀이를 한 것이다.

    앨런은 2018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21순위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농구를 잘하는 선수다. 하지만 그가 NBA에 입성할 때 실력보다 대학 시절의 악명이 더 큰 주목을 받았을 정도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프로에서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2019년 서머리그 경기 도중 과격한 반칙을 두 차례 연속 범해 퇴장당한 적이 있지만 그동안 NBA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데 사고가 터졌다.

    현재 밀워키 벅스에서 뛰는 앨런은 지난 22일(한국시간) 시카고 불스와 홈 경기 도중 알렉스 카루소에게 과격한 반칙을 범했다.

    골밑에서 슛을 던지기 위해 점프한 카루소를 막는 과정에서 그의 팔을 잡아 강하게 잡아당겼다. 카루소는 공중에서 중심을 잃은 채 넘어졌는데 손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심판은 앨런에게 즉시 퇴장을 의미하는 플래그런트-2 파울을 선언했다.

    선을 넘은 앨런의 행동에 시카고 선수단은 분노했다.

    빌리 도노번 시카고 감독은 "카루소의 선수 생명을 끝낼 수도 있었던 위험한 장면이었다"라며 "앨런은 과거에도 이와 같은 전력이 있었던 선수다. 선수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장면에 대해 리그 사무국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카루소 역시 화가 났다. 그는 "앨런은 공중에서 나를 잡아당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더 심각한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란은 그 다음날에도 계속 됐다.

    밀워키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시카고전 다음날 아침 구단 SNS 계정에 하나의 영상을 올렸다. 밀워키 팬에게 "좋은 아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글이었는데 영상에는 파이를 먹는 앨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시카고 팬은 물론이고 카루소의 부상에 안타까움을 느낀 농구 팬은 밀워키의 SNS 글을 보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롱의 성격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에 시카고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진짜로?(Seriously?)"라는 반응을 보이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밀워키도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뒤늦게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실망스러운 밀워키 구단의 반응


    이후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밀워키는 그날 새크라멘토 킹스와 경기를 치렀고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과 선수단은 카루소와 관련된 미디어의 질문을 소화해야 했다.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은 앨런의 행동이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카루소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팀 동료 크리스 미들턴은 "거칠었지만 (상대 슛 기회를 차단하는) 좋은 반칙이었다. 앨런은 공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그는 더티 플레이어(dirty player)가 아니다. 그가 퇴장당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즈루 할러데이도 "우리는 (앨런과 같은) 유형의 선수와 함께 뛰기를 원한다. 그가 악의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앨런을 지지한다"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 구설수에 올랐을 때 팀 동료들이 그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프로스포츠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일반적인 반칙을 범했는데 누군가 다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친 팀의 선수들조차 동료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앨런의 행동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특히 그의 과거 전력을 봤을 때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NBA 사무국은 24일 앨런에게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ESPN은 만약 앨런의 행동이 카루소의 손목 골절이라는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NBA 사무국이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쳤으니까 징계를 줬다는 개념이다.

    밀워키 구단은 사무국의 징계안이 나오자마자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징계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앨런을 지지하며 그가 다음 경기에 정상적으로 합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친 카루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손목 골절로 두달 가까이 코트를 밟을 수 없는 카루소만 불쌍하게 됐다. 밀워키는 오는 3월 초 앨런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시카고로 원정을 떠난다.


    카루소에게 사과한 앨런


    밀워키 구단이 냉정한 반응을 보인 반면, 당사자인 앨런의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퇴장 조치가 결정되기 전, 앨런이 벤치에서 웃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앨런은 이에 대해 해명했고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앨런은 "동료들이 나를 지지한다는 말을 해주면서 농담을 건넸기 때문에 웃은 것이지 내가 한 반칙 때문에 웃은 것은 아니다. 나는 카루소가 일어설 때까지 코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떨어질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나는 그런 플레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은 사고가 벌어진 다음날 카루소에게 연락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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