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제공한국은행이 CBDC 즉 중앙은행디지털화폐 모의실험 2단계를 진행중인 가운데 CBDC 도입이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를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지적과 반대로 유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내놓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방향'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가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하면서 연구개발이 본격화되고 학계와 언론,정치권에서 도입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은은 CBDC 도입으로 은행 예금이 감소하면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약화될 가능성을 연구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CBDC의 높은 편의성에 이자지급 등으로 CBDC 이용이 크게 확산되는 경우를 가정하면 예금이 큰 폭으로 감소해 은행의 신용공급이 제약됨에 따라 통화정책 신용경로의 유효성이 부분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제공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고객의 자금상태, 거래 내역 등 신용공여 결정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정보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신용공급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물론 신용경로의 약화 정도는 금융산업 환경과 CBDC 운영정책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한은은 CBDC 도입시 금융권역간, 금융기관간, 금융상품간 자금이동과 이로 인한 지준수요 변동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시장 운영시 이런 외생적 변동요인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BDC가 은행을 통해 발행,환수되는 과정에서 은행의 중앙은행 내 지준계좌와 전자지갑 간 실시간 연계를 통해 지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또 CBDC에 이자를 지급할 경우 이 이자율이 은행 수신금리의 하한으로 작용하는 등 은행의 여수신 금리와 시장금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쳐 중앙은행의 정책이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커질 수 있다고도 밝혔다.
특히 기존 현금발행을 중단하거나 이용 보유를 제한하는 경우 마이너스 금리 적용이 용이해지고 현금보유에 따른 기회비용과 후생손실도 제거할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위기시 내수진작과 디플레이션 압력 완화 등을 목적으로 가계와 기업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행에 CBDC를 활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일괄적인 정책은 양적완화정책에 비해 집행이 수월하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CBDC 거래정보를 활용해 중앙은행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문에 자금지원을 집중하는 경우 일괄공급 정책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고 한은은 전했다.
다만 일괄공급 정책의 경우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에 따라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저하되고 CBDC 거래 정보를 활용해 선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간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는 점 등도 우려된다.
따라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저하에 의해 유발되므로 도입모델 설계 등 CBDC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중앙은행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한은은 소개했다.
또 중앙은행들이 CBDC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다수이고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에도 보유한도 등의 제한이 있으면 유효한 통화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