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빙둔둔(왼쪽)과 쉐룽룽. 연합뉴스[편집자주] 2022 베이징 올림픽 취재 뒤에 담긴 B급 에피소드, 노컷뉴스 '베이징 레터'로 확인하세요.
뭐든 처음이 어렵습니다. 한번만 하고 나면 경험이 생기죠. 그래서 초보자들은 난도가 낮은 것으로 입문합니다.
제게도 생애 첫 올림픽 취재 기회가 생겼습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취재를 가게 된 것입니다. 2010년 입사 후 올림픽 취재는 처음입니다. 부푼 마음에 호기롭게 준비를 했지만 웬 걸요, 시작부터 끝판왕이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 취재 환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짧게 정리하면 과거에는 취재 신청을 하고 ID카드(PVC)를 발급 받아 대회에 맞춰 출국하면 끝이었습니다. 숙소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현지 이동도 자유로웠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 때부터는 절차가 복잡해졌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동 동선 제출 등 취재 전부터 제출해야 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코로나19 속에 열린 두 번째 올림픽인 베이징 대회는 더더더 까다로워졌습니다. 제출해야 할 서류도, 준비 절차도 늘어났습니다. 저 같은 '뉴비'에겐 정말 준비만 하다가 지쳐버리는 상황이었죠.
계속된 문제에 IOC 및 베이징 올림픽 관계자들과 수없이 주고 받았던 이메일. 노컷뉴스■ 버블버블도 울고 갈 베이징 '버블 숙소' 제일 먼저 저를 당황하게 했던 것은 숙소였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기존 숙소는 취재진이 이동 동선을 고려해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죠. 그러나 베이징 대회는 처음부터 어떤 숙소에 머물 것인지 대회 조직위원회를 통해 예약해야 했습니다.
베이징 조직위에서 요구하는 사이트에 접속해 경기장에 가까운 A호텔을 예약했습니다. 2인 1실이었고 한국 돈으로 하루 숙박비는 30만 원 선이었습니다. 결코 싼 금액이 아니었죠.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로 외부와 차단된 폐쇄 루프 속에 버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베이징, 옌칭, 장저커우 세 도시에서 나눠서 진행되고 해당 지역은 폐쇄 루프로 묶입니다. 즉 도시 간 이동이 쉽지 않다는 거죠.
도시 내에서는 숙소, 메인 프레스센터, 경기장, 시설 등이 버블 형식으로 묶입니다. 즉 비누 방울에 들어 있는 것처럼 외부와 단절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숙소에서 메인 프레스센터로 간다면 지정된 교통편을 통해 곧장 가야 합니다. 다른 방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올림픽 숙소 예약을 변경해야 한다고 안내 받았던 내용. 베이징 조직위 AMS 사이트 캡처호텔 예약은 이미 2021년 상반기에 진행했습니다. 도쿄 올림픽 때까지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죠. 그런데 도쿄 대회가 끝나자 숙박 담당자에게 연락이 와서 해당 호텔이 버블에 포함되지 않으니 변경해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친절한 안내였지만 결론적으로 숙소를 바꿔야 했습니다.
문의 끝에 B호텔을 확정했습니다. A호텔보다 취재 동선은 멀어졌고 호텔 등급도 한 단계 낮아졌습니다. 그렇다고 금액이 낮아진 것은 아닙니다. A호텔의 예약 금액은 그대로 유지됐죠. 이게 끝인 줄만 알았지만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 없는 비행기 편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 숙소 문제를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비행기 편을 예매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한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 편이 없는 것입니다. 사이트를 쥐 잡듯 뒤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었죠.
베이징에 가려면 경유를 해야 했습니다. 인천에서 약 3시간이면 갈 베이징이었지만 예매 사이트에 올라온 것은 최소 1회 경유에 하루 이상이 걸렸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었죠. 때마침 출국일이 설 연휴와 겹친 터라 비행기표는 더 찾기 힘들었습니다. 비행기표도 비쌌죠.
인천에서 베이징 직항편 비행기 티켓을 찾을 수 없는 모습. 네이버 비행기 예약 캡처 간신히 예매를 마쳤습니다. 1회 경유, 인천에서 베이징까지 총 24시간이 걸리는 지옥의 일정이었죠. 주변에서 '무슨 중국 베이징을 하루 걸려서 가냐고' 비웃었습니다. 전 그래도 '예매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때 쯤 다시 문제가 생겼습니다. 올림픽에 오려면 무조건 베이징에 직항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직항이 없는데 어떻게 직항을 타고 가나요? 혼란에 빠졌습니다. 알고 보니 이 문제는 저만 겪고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취재진도 비슷한 상황이었죠.
모두 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취재진을 모아 전세기 예약을 진행하는 해결책이 제시됐습니다. 취재진은 선수단이 이용한 전세기에 단체로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단이 타고 갈 전세기 편이었죠. 저희 비행 시간은 24시간에서 3시간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세상에 이런 앱은 없었다 'MY 2022' 이렇게 끝나면 아쉽겠죠. 취재진은 중국 베이징 조직위에서 관리하는 'MY 2022' 앱을 설치해야 합니다. 앱스토어에서 검색도 잘 됐고 설치도 간단했습니다. 문제는 그 뒤였습니다.
로그인을 위해 등록을 하려 했지만 무슨 일인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수십 번을 반복 해도 같은 결과였습니다. 영어 버전으로 설치했지만 오류 메시지가 중국어로 나와 해석에 애를 먹었습니다. 다시 숱한 우여곡절 끝에 해결책을 찾아 로그인을 마쳤습니다.
영문 버전 어플이지만 중국어로 표시된 오류 메시지 때문에 해석에 어려움을 겪었던 MY 2022 앱. MY 2022 앱 캡처그랬더니 해당 앱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죠. 상황이 이러자 유럽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올림픽 기간 임시로 쓸 휴대전화를 지급했습니다. 저희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이미 제 개인정보는 보이스 피싱에 털린 지 오래였으니까요.
마음을 내려놓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것이 발목을 잡습니다. 확인 코드를 입력할 회신 메일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해도 오지 않는 메일. 알고 보니 회사 메일에서 보안상 수상한 메일이 오니 자동으로 스팸 메일로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스팸을 풀었더니 입력할 것은 산더미입니다. 코로나19 예방 접종 내역부터 코로나19 음성 결과 내역서, 여권 사본, PVC 카드 사본, 비행기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등을 등록해야 합니다. 매일 코로나19 자가 검진을 올리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베이징 올림픽 취재를 위해서는 지정 병원에서 출국 96시간 이내 1차, 72시간 이내 2차, 총 2번의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 제가 말씀 안 드렸네요.
코로나19 검사는 중국 대사관에서 지정하는 병원에서만 받아야 합니다. 영문으로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요. 병원마다 다르지만 비용은 대략 1회에 14~15만 원입니다. 출국 96시간 전, 72시간 전 두 번을 해야 합니다.
저는 31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출국합니다. 출국 24시간 전에도 MY 2022 앱에 또 하나의 신청서를 등록해야 합니다.
내일이 두려워집니다. 잘 갈 수 있을까요? 올림픽 뉴비의 기를 팍 죽인 베이징 레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