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회사진취재단'응답률 8.0%, 9.0%…'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후보들의 여론조사 지지율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요 여론조사 결과가 들쑥날쑥하는 것은 물론, 일부 조사결과에서 응답률이 10%에도 못 미치면서 조사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응답률과 신뢰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선 후보들의 추세만 참고하라고 당부한다.
7일 리얼미터, 한국갤럽조사연구소,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등 주요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29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0건 중 7건은 응답률 10%에도 못미쳤다. 응답률이 가장 많은 여론조사 결과도 17.6%에 머물렀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은 건 이번 대선뿐만이 아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여론조사 백서에 따르면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내 진행된 여론조사 중 응답률 10% 미만은 총 48.8%(391건)에 달했다. 조사별 응답률 평균도 11.4%에 불과해 사실상 10% 언저리에 그쳤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조사별 응답률 평균은 9.4%에 불과했고 응답률 10% 이하 결과도 65%에 달했다. 이는 제6회 지방선거보다 약 15% 늘어난 수치다.
응답률이 낮다는 지적에 여론조사 전문기관 측은 응답한 사람들이 전체 유권자를 얼마나 대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화 면접으로 하면 당연히 응답률이 높아지고 ARS로 하면 응답률이 낮아지는데 그건 조사 방법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응답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어떤 일방 의견만 중점적으로 반영되면 전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건 조사 모집단"이라며 "선거 조사에선 유권자들을 얼마나 균일하게 조사를 했는지, 얼마나 무작위로 조사했는지 그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추세만 확인해야"…국제 기준과 다른 응답률 지적도
스마트이미지 제공응답률이 높으면 신뢰성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현재 여론조사 결과의 숫자 자체를 믿기보다는 추세만 참고하라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낸다.
고려대학교 박유성 통계학과 교수는 "응답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신뢰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라며 "응답률이 낮을수록 연락을 계속 취하게 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결국 통계적인 추정 기법을 써야하는데, 이럴 경우 추정 (기법)이 잘 맞는다는 걸 보장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박유성 교수는 이어 "한 달 이전에 한 여론 조사의 경우 당락을 예상하는 것보다, 추이만 보면 될 것"이라며 "말 그대로 누가 더 높다, 낮다는 건 중요하지 않고 증가 추이냐, 감소 추이냐를 참고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실제 선거에선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중도층'의 표심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출구 조사 데이터를 보면 중도의 80%는 (선거) 일주일 전쯤에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정하는데 (정확도가) 가장 높다"며 "이 때문에 지금 나오는 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응답률이 높으면 좋긴 하지만 응답률이 낮은 것만 갖고 정확도가 떨어진다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응답을 하지 않은 사람 중에 그 응답하지 않은 '샤이층'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민대 장승진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언론에서 응답률이라고 제시하는 숫자들은 사실은 (정확한) 응답률이 아니다"라며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응답률과는 다른 수치"라고 밝혔다.
국내 응답률은 설문에 끝까지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에 따라 수치를 집계하지만, 국제 기준의 경우 전화 연결이 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추산한다는 설명이다. 국제 기준으로 하면 10% 미만의 응답률이 3%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장승진 교수는 "응답률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여론조사의 품질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한국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 응답률은 지나치게 낮다.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게 되면 그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이 정말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순위만 강조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은 "통계적으로 봤을 때 오차범위 안에 있는 후보들의 순위가 1위든, 2위든, 3위든 아무 의미가 없는데도 경마중계식 보도처럼 이뤄지고 있다"며 "오히려 여론조사 보도가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응답률이 낮은 조사 결과가 우리 정치에 활용되고 그것에 따라 표심이 적용되니 문제"라며 "더 많은 시민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보도가 나와 여론조사에 대한 인식을 높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