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의 증세 등을 화상전화를 이용해 체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코로나19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 대유행에 대응하고자
정부가 재택치료 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집중관리군'의 기준을 두 번이나 바꾸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당일 오전 브리핑 당시 발표에서 기존 내용을 바꾸더니 적용 몇 시간을 남겨둔 시점에서도 돌연 기준을 또 바꾼 것이다.
새로운 체계의 핵심이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된 고위험군 환자들만을 상대로 '하루 2회' 유선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인 만큼
일선 지자체와 환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중 입원요인이 없는 무증상·경증 환자를 관리하는 재택치료를 집중관리군 위주 운영체계로 개편했다. 그간 임상증상이 경미한 건강한 청장년층 환자들에 대해서도 하루 1회씩은 비대면 모니터링을 진행해왔지만, 중증화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오미크론의 특성과 매일 수만 명이 확진되는 유행상황을 고려해 중증 악화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의료역량을 집중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택치료는
고령층을 비롯한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이원화됐다. 일반관리군은 앞으로 당국의 정기 모니터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해열제·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담긴 키트도 별도로 지급받지 않는다. 스스로 구비한 체온계 등으로 건강을 살피다 상태가 나빠지면 동네 병·의원,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와 전화 상담을 하거나 단기외래진료센터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구청 재택치료 전담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문제는
제도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닥쳐온 상황에서 당국이 집중관리군 기준을 축소했다 다시 확대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확진자가 재택치료로 배정되면 현장에선 당장 그를 집중관리군에 넣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관련 기준이 한나절 만에 뒤바뀐 것이다.
앞서 정부는 전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집중관리군을 △60세 이상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대상 중 지자체가 추가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환자, 라고 발표했다.
이틀 전인 지난 7일까지만 해도 60세 이상 외 팍스로비드 투약대상에 해당되는 면역저하자, 50대 기저질환자를 포함시켰는데 이를 축소한 것이다. 50대 이상 고위험 기저질환에는 심혈관질환(고혈압 등)과 당뇨, 만성신장질환, 만성폐쇄성 폐질환(천식 포함), 암, 과체중(BMI 25 이상) 등이 해당된다.
실무자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최종균 재택치료반장은 "기초역학조사를 거쳐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당뇨, 중증 심혈관질환 등은 이미 분류가 이뤄져 필요 시 병원이라든가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염 이후 합병증 등의 위험이 큰 환자들은 초기에 걸러지기 때문에 집중관리 대상 변경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취지였다. 그는 "먹는 치료제의 기저질환 대상은 주로 고혈압·당뇨인데 사실 그런 분들은 약을 먹으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 주변을 봐도 그렇기 때문에 굳이 집중관리군에 포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구체적 설명까지 곁들였다.
다만, 브리핑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 엇갈리는 등 불안한 조짐도 보였다. 중수본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기준 변경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언론의 질의에 "집중관리군의 범위는 지금 변경된 것이 없다. 축약해서 설명을 드려 오해를 하신 것 같다"며 기존 대상군을 나열하기도 했다.
최 반장은 다시 이를 정정하며 변경된 기준을 브리핑 하루 전날(8일) 각 지자체에 시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뇨·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50대 중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한 환자는 애초에 집중관리군 대상에서 빠지게 되면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팍스로비드가 투약된 환자는 3천 명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웠다.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고돼 있다. 이한형 기자정부는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전날 밤 11시경 기습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집중관리기준을 재변경했다. 중수본은 "현장의 의견을 들어
'먹는 치료제 투약 대상자'로서 지자체가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자로 정정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처방을 받은 환자에서 투약대상으로 범위가 다시 확대된 것이다.
브리핑이 이뤄진 지 11시간 만에 집중관리군 기준이 원상 복귀된 것이다. 일선에 지침이 기전달된 데다 관련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배경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발표 이후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는 입장이지만, 설득력 있는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 아울러
언론들의 지적 역시 경청한 결과라며 부정적 여론 또한 고려했음을 내비쳤다. 최 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저희가 원래 (변경된) 분류기준을 내려보냈던 것은 여러 가지 근거가 있었다"면서도 "추후 의견을 들어보니 여러 언론에서도 지적했지만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이라든가 '조금 더 폭넓은 보호가 필요하지 않느냐' 같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다시 한 번 (지자체에) 수정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국민들께서도 혼선이 있으셨을 텐데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