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국 베이징 내셔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차민규가 플라워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수확한 차민규(의정부시청). 4년 전 평창 대회까지 2회 연속 은빛 질주를 펼쳤다.
다만 차민규는 애꿎게 중국 네티즌들의 욕설 테러를 받고 있다. 시상식에서 시상대를 손으로 쓰는 듯한 동작을 한 데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차민규는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시상식에서 시상대를 손으로 쓰는 동작을 하고 올라섰다. 이후 오른손을 들어 관중에게 인사했다.
이 동작은 4년 전 평창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따낸 캐나다 선수들이 한 행동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캐나다 선수들은 다른 종목에서 자국 선수들의 판정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이 차민규도 그런 뜻으로 동작을 했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를 보면 차민규에 대해 "심판을 탓하지 말고 실력을 탓하라" "왜 한국인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할까" 등의 비난과 "컬링인 줄 아나 보다. 빨리 닦으면 미끄러진다" 등의 조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한 중국인은 차민규의 행동을 중국 청명절 성묘와 연관을 지어 "자신의 묘비를 성묘하는 것이다"라는 과도한 비난을 하기도 했다. 또 이번 대회 개막식 때 일어난 한복과 지난해 김치-파오차이(泡菜) 논란까지 끌어와 "한국인들은 뭐든지 남의 것을 훔치려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2위로 은메달을 획득한 차민규가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메달수여식에서 이름이 호명된 뒤 시상에 올라가기 전 시상대 바닥을 손으로 쓸고 있다. 연합뉴스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 경기라 판정 논란이 없지만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는 중국에 유리한 판정이 속출해 큰 논란이 됐다. 혼성 계주 2000m에서는 중국 선수들의 터치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아무런 페널티가 없었고, 남자 1000m에서는 황대헌(강원도청)이 중국 선수들을 제치는 과정에서 접촉이 전혀 없었지만 실격을 당했다.
황대헌과 같은 준결승 1조에서 뛴 중국 런쯔웨이는 결승을 2위로 마쳤지만 1위 샤올린 산도르 리우(헝가리)가 실격을 당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의 실격으로 결승에 오른 리원룽도 3위에서 2위로 올라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에 반발한 한국 선수단 윤홍근 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강경 대응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 네티즌들이 차민규를 비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차민규는 전혀 의도가 없는 행동이었다고 일축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형호 코치는 1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기분이 좋았고 시상대가 경건한 곳이니까 아무 의미 없이 한 행동"이라는 차민규의 발언을 전했다.
4년 전 캐나다 선수들의 행동을 연상시킨다며 중국 네티즌들이 비난을 하는 데 대해서도 김 코치는 "그걸 기억했다가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차민규가 2회 연속 메달을 따지 않았나, 순수한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상대는 아무나 올라가지 못하는 곳이라 신성하고 경건한 마음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