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 함께 출전했던 노선영(왼쪽)과 김보름. 이한형 기자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29·강원도청)에게 폭언·욕설을 한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된 전 국가대표 노선영(32)이 항소하면서 파문이 다시 일 조짐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선영 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에 지난 17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는 지난 15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을 심리했는데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은 노선영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11~12월 대표팀 후배인 김보름에게 랩 타임을 빨리 탄다고 폭언·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평창올림픽 당시 전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켰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의 이른바 '왕따 주행'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당시 김보름은 3명이 달리는 팀 추월에서 선두에 서서 후배 박지우(강원도청)와 앞에서 달렸다. 그러나 가장 뒤에 있던 노선영이 처지면서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이 일었다. 일부 방송사 중계진의 비판과 언론의 선정적 보도 등으로 김보름은 왕따 주행의 가해자로 지목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김보름은 당시 백철기 대표팀 감독과 사과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하지만 노선영은 회견에 불참한 뒤 특정 매체에만 왕따 주행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 자신이 피해를 입은 듯한 인터뷰를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보름은 극심한 고통 속에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따낸 뒤 빙판 위에 태극기를 놓고 국민들에게 큰 절을 올리며 흐느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올림픽 이후 특별 감사를 통해 왕따 주행은 고의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김보름은 이미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후 김보름은 2019년 1월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2020년 11월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가운데 지난 15일 승소했다.
이런 가운데 노선영이 항소한 것이다. 특히 17일은 김보름이 승소 판결을 받고 자신의 SNS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상처와 아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늘로서 아주 조금 아물어가는 것 같다. 이제야 평창올림픽을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은 날이다.
다만 법원은 노선영의 허위 인터뷰로 피해를 봤다는 김보름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연 노선영과 김보름,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는 다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