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사업이 진행된 부산 동구 초량천. 송호재 기자부산시가 수백억원들 들여 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한 동구 초량천이 준공 이후에도 시민 외면 속에 오히려 흉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시는 하수관 분리 작업 등 개선 사업을 준비 중이지만, 지역에서는 애초 사업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평일 낮 부산 동구 초량육거리 앞 초량천. 수심이 얕고 유속까지 느려 이끼가 낀 하천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아 중간중간 탁한 물이 고여있고, 심지어 곳곳에 쓰레기도 발견됐다.
하류로 갈 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져, 하천 끝지점은 이끼와 오수가 뒤섞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천 양쪽으로는 보행자를 위한 데크가 조성됐지만, 맞닿은 차도에 끊임없이 차량이 오가고 있어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복원 사업이 진행된 부산 동구 초량천. 송호재 기자부산시는 지난 2011년부터 무려 4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초량천 생태하천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질 악화 등으로 인해 골칫거리로 전락한 복개하천을 도심 생태 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시는 지난해 말 초량육거리에서 시작하는 1단계 구간 공사를 마무리한 뒤 2단계 상류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1단계 준공 이후 수개월 동안 초량천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차량이 수시로 오가는 도로 사이 하천을 복원하고, 보행로를 조성한다며 데크까지 설치한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부산 동구 주민 A씨는 "몇달 전 하천 개선 사업이 끝나고 보행로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보행 데크 주변으로 차들이 끊임없이 다니고 있어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걷기도 힘들고, 환경도 좋지 않아 일부러 초량천을 찾아가는 주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복원 사업이 진행된 부산 동구 초량천. 송호재 기자주변 상인들 역시 기대와 달리 환경 개선이나 방문객 유발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교통 혼잡과 불편만 더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각종 재개발 사업 등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되면서 교통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인 행정의 결과로 주변 환경 개선보다는 오히려 각종 부작용만 남았다는 비판도 있다.
배인한 부산 동구의원은 "애초 기대와 달리 방문객이 늘거나, 주변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된 점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주변 상인들은 부작용이 더 크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오래전부터 주변 재개발 등에 따른 인구와 교통량 유입이 예상됐지만, 초량천 복원 사업에는 이같은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결과적으로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따라 혼잡만 더욱 가중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부산시는 지난해 말 예산 8억원을 들여 하수 분리 시설을 설치하는 등 추가 개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공사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설계를 마무리하는 대로 개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수질 문제 등은 해결될 거라고 설명했다.
또 주민과 상인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도심 속 생태 하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현재 수질도 기준치를 만족하고는 있지만, 주변 오수 유입 문제 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2단계 구간에는 주변 상인과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중장기적인 관리 대책과 초량천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