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제조건 없이" 러시아와 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통화직후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에서 조건 없이 러시아 대표단과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이동, 회담, 귀환 동안 벨라루스 영토에 전개돼 있는 모든 전투기, 헬리콥터, 미사일이 지상에 남아 있도록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와 회담에 적극 임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로 들렸지만 얼마 뒤 그는 다른 뉘앙스의 이야기를 꺼냈다.
별도로 공개한 3분짜리 대국민 연설에서 그는 "회담결과를 믿지 않지만 대표단에게 시도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가 대통령으로서 전쟁을 끝내려 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대표단에 이야기했다"며 "나는 언제나처럼 정직할 것"이라고 알듯 말듯한 이야기를 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이날 CNN에 출연해 회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우린 평화 회담 준비가 돼 있는 것이지, 항복할 준비가 돼 있는 게 아니다"라고 여지를 뒀다.
회담의 시기, 내용, 구체적인 장소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측이 장소로 제시한 벨라루스 회담 개최는 거부했었다.
따라서 회담 장소가 기존 벨라루스에서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역제안돼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벨라루스에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전 러시아 문화부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측 협상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수용 의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한 직후 나온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 직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TV 담화를 통해 "서방의 공격적 행동에 대응해 국방장관과 군 최고 사령관에게 러시아 핵무기 부대에 경계령을 내릴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경제에 피해를 주기에 대해 '불법적인 제재'를 시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토(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약속 하는 등 러시아를 향한 공격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이날 ABC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공격적 행동'에 대해 가공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 핵무기 부대 경계령에 대해 "이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분쟁을 통해 보아온 패턴"이라며 "이러한 공격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은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