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코앞이다.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전선거가 4일부터 양일 간 시작된다. CBS노컷뉴스는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역 유세 발언(2월 15~28일) 10만 단어를 전수 분석했다. 말에는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관, 비전, 전략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편집자 주].
CBS노컷뉴스는 4일 텍스트 빅데이터 회사 '스피치로그'와 함께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유세 연설을 분석해, 가장 많이 언급한 인물과 장소(지역) 그리고 키워드를 추출했다.
이재명도, 윤석열도 외친 '그 사람'은 누구?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침내 양강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가장 많이 언급한 인물은 '이재명'이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이름을 557회 언급했고, 윤 후보는 98회 말했다.
이 후보는 위기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자신을 부각하기 위한 맥락에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윤 후보는 이 후보를 견제·비판하기 위한 방편으로 언급한 측면이 컸다. '인물론'과 '정권교체론'이 정면으로 부딪힌 대목이다.
정치인들도 많이 언급됐다. 이 후보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37회), 정치인(34회), 윤석열 후보(27회), 노무현 전 대통령(15), 박근혜 전 대통령(12회),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12회), 박정희 전 대통령(11회) 순으로 언급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임기 후 사법부에 의해 수감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를 언급하며 룰라 전 대통령이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정치보복' 논란에 휩싸였을 때 이 후보는 해당 영화를 다수 언급하며 윤 후보에게 '검찰공화국' 공세를 가했다.
윤 후보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40회)을 정치인으로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윤 후보는 이번 유세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기도 했다. '호남 구애' 전략이 키워드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정치인(35회), 박정희 전 대통령(23회), 박근혜 전 대통령(22회), 노무현 전 대통령(22회) 등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을 많이 언급했다. 인물 중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이름을 8번째(19회)로 많이 말 한 부분도 눈에 띈다. 김씨를 전직 대통령 다음으로 많이 언급한 셈인데, 이 후보에 대한 '대장동 의혹' 공세를 하는 과정에서 같이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와 대장동의 싸움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소(지역) 분석에서는 이 후보의 강점과 약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가 나왔다.
이 후보는 경기도를 161회 언급했다. 두 번째로 많이 언급한 것이다.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이후 경기도에서 크고 작은 성과 등을 냈다고 이 후보는 자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지방 , 부산광역시, 성남시 순으로 언급됐다. 국토균형발전과 이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남부수도권 개발 공약 때문으로 보인다. 또 부·울·경 지역이 이 후보에게 취약지였던 만큼 많이 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후보는 대구를 60회(2위), 대장동을 56회(3위) 각각 외쳤다. 대구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만큼 보수표의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윤 후보가 지난달 15일 대구를 한 번 방문했을 때 집중 언급했다. 대장동은 언급량으론 세 번째지만, 다양한 지역에서 꾸준히 사용됐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대장동 사태'를 키워 이 후보의 도덕성 부분을 집중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북한, 강원도, 광주 순으로 많이 언급됐다. 북한의 경우 현 정부의 안보관을 비판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언급된 장소는 역시 '대한민국'이었다. 이 후보는 322회, 윤 후보는 221회 각각 외쳤다.
'미래·세상' vs '민주당·자기들'
키워드 빈도수 기준으로는 이 후보는 역시 '이재명(557회)'을 가장 많이 외쳤다. 그다음으로 국민(536회), 경제(521회), 사람(331회), 대한민국(322회), 미래(259회) 순으로 언급했다. 정치(243회), 세상(159회) 등도 10권 안에 들었다.이는 이번 선거를 '미래 대 과거' 구도로 가져가려는 이 후보의 의도를 뚜렷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정권교체 여론에 맞서 '정치교체', '세상교체'란 구호를 최근 들고 나온 점도 단어 빈도 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민주당은 통합정부를 위한 정치개혁안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3일 충남 천안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윤 후보는 '국민(574회)'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이후 민주당(500회)을 두 번째로 많이 언급한 것이 주목된다. '정권교체론'을 주요 전략으로 삼아온 윤 후보로서, 민주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많이 언급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사람(381회), 정부(272회), 정권(234회), 대한민국(221회), 경제(195) 순으로 언급됐다. 특히 '자기들'이란 단어가 178회 언급되며 10위권안에 든 점도 눈에 띈다. 윤 후보는 종종 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면서 해당 단어를 사용했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포항 유세에서 "왜 이 정부가 아무 일도 못 하고 이렇게 한심스러운 짓만 할까요"라며 "이 사람들은 40년 50년 된 이런 시대착오적인 그런 운동권 이념에 자기들 끼리끼리 모여서 하는 패거리 정치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뚜렷했던 인물론 vs 정치교체론 대결…승자는 누가될까?
이러한 '인물론'대 '정치교체론'의 대결 구도는 'n그램 키워드' 분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n 그램 키워드 분석'이란 빈도수와 함께 한 문장안에서 다른 단어와의 연관성을 보는 알고리즘 기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후보의 경우 해당 기법에서도 '이재명'이란 이름과 함께 '성남시', '경기도' 등의 키워드가 함께 언급됐다. 이는 자신의 치적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강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물론'을 내세운 이 후보의 전략이 해당 기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윤 후보는 이재명과 민주당을 연관시켜서 많이 언급했다. '주역들'이란 단어도 함께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는 "지난 5년간의 민주당 정권을 비상식적인 철학으로 완전히 망가뜨린 사람들이 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내는 주역들"이라고 유세에서 말한 바 있다. 즉 갈아엎자는 '정권교체론'이 톡톡히 반영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스피치로그 주재선 대표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그램 키워드에서 보면 이 후보는 자기 이름과 함께 성남과 경기도를 반대로 윤석열 후보는 자기 이름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을 거론했다"며 "윤석열 후보는 상대를 공격하는 발언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 대상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월 15일부터 28일까지다. 이 후보는 이 기간동안 총 38번의 유세에서 약 6만 6천개의 단어를 , 윤 후보는 46번의 유세 동안 4만 5천여 개의 단어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