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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논란 선관위 '뒷북대책', 여전히 허점 투성이

국회/정당

    부실 논란 선관위 '뒷북대책', 여전히 허점 투성이

    핵심요약

    확진·격리 투표자, 기표용지 투표함에 직접 넣기로
    투표자 몰릴 경우 또 장시간 대기 우려
    확진·격리 투표자 예측 "어렵다"…환자는 증가 우려
    본인 인증 후 투표 미실시자, 참정권 논란 '불씨'

    노정희 선거관리위원장과 위원들이 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관련 긴급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노정희 선거관리위원장과 위원들이 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관련 긴급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
    20대 대선 사전투표일이었던 지난 4~5일 당시 부실관리 논란을 빚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본투표 때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도 비확진자와 마찬가지로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개표 지연이나 투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선관위 "확진 유권자, 기표함에 직접 투표…인력 등 확충"

    8일 선관위에 따르면, 위원회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9일 본투표 대책을 마련했다.

    비확진자가 오후 6시까지 투표를 마치면 이후 확진자가 오후 7시30분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도록 해 사전투표 때처럼 '소쿠리'나 종이상자,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방식을 폐지한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주민센터 야외에 차려진 확진자용 기표소에서 한 확진자가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주민센터 야외에 차려진 확진자용 기표소에서 한 확진자가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확진·비확진 유권자의 공간과 동선을 최대한 분리하고 신속한 투표를 위해 관리 인력도 늘리겠다고 했다.

    투표자가 몰려 확진자가 야외에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외출 허용시간도 조정하고 예비 기표소도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투표자 몰리면 또 대기 우려…9일 확진 유권자 예측, 사실상 '포기'

    그러나 투표 인원이 예상보다 급증할 경우 사전투표 때와 마찬가지로 확진자가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5일 오후 광주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상무1동 사전투표소에서 확진·격리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5일 오후 광주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상무1동 사전투표소에서 확진·격리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확진자들은 오후 6시까지 입장한 뒤 투표를 마치는데 투표소에 사람이 많이 몰릴 경우, 이후 확진자 투표가 연기될 우려가 있는 것. 특히 이번 대선 때는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로 집계될 만큼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선관위 김재원 선거국장은 전날 출입기자 질의응답에서 "과거에는 6시30분 정도면 투표가 마무리됐는데 이번 대선의 경우 투표율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어 상황을 속단하기 어렵다"며 "최대한 일반 선거인 투표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진자와 격리자들이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사전투표 때는 대기하던 확진자가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있다.

    선관위 측은 대기 장소를 최대한 실내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표소 건물 소유자의 협조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에도 개표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선관위는 사전 투표 당시 서울 투표소 1곳에 20명 정도의 확진자가 몰릴 것으로 오판하며 예측에 실패한 바 있다. 실제로는 200~300명의 확진자가 몰린 투표장까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신규 확진자가 검사량 증가로 통상 주 중반부터 늘어 목요일쯤 정점에 달하는 추세도 투표소 관리 문제에 우려를 더하는 지점이다. 신규 확진자는 이미 전날 20만명을 넘어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 4일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지난 4일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선관위 측은 본투표 때에도 확진 투표자 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국장은 "(확진자 투표 수를) 지금 예측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선거 당일 확진자 중 얼마나 투표장에 나올지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밀한 수치 예측은 포기한 채 최대한 분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사전투표 때 본인 확인만 거친 뒤 실제 투표는 하지 않은 유권자에 대한 유권해석도 결론이 나지 않아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 수도 있다. 당시 추운 날씨와 장시간 대기, 투표소의 부실한 관리로 실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있었다.

    선관위는 다양한 사례가 있는 만큼 우선 사례를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국장은 "현재 사례 실태를 파악하고 있고 파악되는 대로 그에 맞는 처리방법을 강구하려고 한다. 지금 확인 중"이라며 "투표일 전까지 검토 완료해서 미리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표용지를 출력한 뒤 투표하지 않은 경우 우리가 어느 분의 투표용지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며 사실상 본투표는 어렵다고 했다. 참정권 침해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줄고발 이어져…진통 불가피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대상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대상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의 사전투표 부실 논란은 시민단체들의 줄고발로 이어지며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전날 노정희 선관위원장 등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날 자유대한호국단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노 위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한편 노 위원장은 전날 출근길에 "본선거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 사과나 거취 문제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논란에 부채질 한 모양새가 됐다.

    그는 '부실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나', '검찰 고발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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