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0대 대선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0.8%p차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며 개표율이 99.2%를 넘어서야 승자가 결정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연말연초 잠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지지율 1위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선두자리를 유지했던 윤 당선인이었음에도 피 말리는 접전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尹, 극단화로 선회하며 우위 보이던 중도 표심 놓쳐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 후보보다 오랜 기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실망한 정권교체 여론이 계속해서 과반을 넘으면서 보수야권 대표주자인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른바 '깜깜이' 기간으로 불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중 대다수도 윤 후보의 박빙 우세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선이 막바지로 다다를 수록 이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으로 전개됐고, 결국 대선 결과도 1%p도 되지 않는 득표율 차로 승리를 거뒀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윤 당선인 메시지의 극단화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적극 공세를 펼치면서도,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온건적인 표현을 잊지 않았던 윤 당선인의 메시지가 강해지기 시작한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다.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가 확고해지면서 양측 지지층이 결집한 탓에 부동층의 비중이 줄어들자 메시지의 중심을 중도층에서 지지층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TV토론회에서 이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이 후보 조카의 잔혹했던 범죄행위를 여과없이 묘사하는가 하면, 대장동 사태의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며 이 후보에 대한 수사 강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버르장머리가 없다", "후진 인격의 소유자" 등 거친 표현들도 쏟아냈다.
'기대 밖 미풍'된 안철수와의 단일화…세대포위론도 실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야권 후보 단일화로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지난 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유세를 한 모습.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점도 고전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중도표심을 끌어올 무기로 평가됐지만, 이미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질 대로 빠진 데다, 안 후보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중도층과 범여권 지지층이 오히려 이 후보로 결집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른바 '세대포위론'의 한 축이었던 남성 중심의 2030세대 공략도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공언하는 등 다소 치우친 전략을 펼쳤는데, 이에 분노한 여성 표심이 선거 막판 이 후보로 향하면서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에게는 역풍이 됐다.
선전했지만 문재인정부·민주당 향한 반감 넘어서지 못한 이재명
이러한 득점 요인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또한 윤 후보를 넘어서지는 못하면서 극적인 승부를 펼친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대장동 사태와 욕설, 법인카드 유용 등 이 후보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 논란 탓도 있지만, 후보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분노의 민심이 워낙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폭등, '조국 사태'로 인한 검찰 개혁 미완과 내로남불 논란,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개혁입법 등이 이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 이 후보는 조국 사태와 개혁 부진에 대해 직접 사과하며 중도표심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친문 지지층을 의식한 나머지 그 수위를 높이지 못했고, 같은 이유로 문 대통령과의 '선긋기'도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며 명승부의 주연 대신 조연에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