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의장직에서 사임한다. 김 의장은 자신의 역량을 이른바 '비욘드 코리아'로 요약되는 카카오의 글로벌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지난 14일 전사메시지를 통해 "엔케이(남궁훈 대표이사 내정자)가 '비욘드 모바일'을 위해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저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비욘드 코리아'를 위한 카카오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미래 10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로 제시했다. 비욘드 코리아는 내수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카카오가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전략을, 비욘드 모바일은 메타버스나 웹 3.0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김 의장은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역할을 유지하며 글로벌 진출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카카오 창업자로서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미래 성장에 대한 비전 제시도 계속해나간다. 또 다른 전략축인 비욘드모바일은 남궁훈 대표이사 내정자가 맡는다.
플랫폼 국감 등 논란 이후 '글로벌 진출' 절감한 카카오
사실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 강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플랫폼 국감'을 겪은 이후 글로벌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당시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두고 여론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카카오 내부적으로도 이제는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내 기반 플랫폼으로 시작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왔던 기존의 전략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남궁 대표이사 내정자 역시 지난달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비슷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카카오 정도로 성장했으면 이제 국내 시장에서 더는 확장하는 것보다는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에 가까운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브라이언(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중심으로 저희도 글로벌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비욘드 코리아' 시작점은 일본부터
김 의장은 '일본'을 시작으로 카카오의 글로벌 확장을 꾀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2000년 한게임 재팬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2017년부터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아 한국과 일본 현지를 오가며 사업에 참여해 왔다.
김 의장은 "일본은 한게임 시절부터, 카톡 초창기, 픽코마까지 계속 두드렸던 시장"이라며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도 '비욘드 코리아'의 방향성에 맞춰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북미, 아세안, 중화권, 인도,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배까지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OTT부터 TV, 스크린 등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제작 경쟁력을 확보, 글로벌을 겨냥한 슈퍼IP 기획 제작에 주력한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모바일 게임 오딘의 대만 시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신작 게임들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카카오 계열사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겹친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는데 김 의장이 이런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그간 각자도생식 진출을 넘어 중앙집중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펼쳐야 할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해진과 비슷한 행보 시각도…카카오 "이사회 전면 개편"
연합뉴스
업계에선 김 의장이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했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카카오의 이번 결정을 유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김 의장의 행보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비슷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 GIO는 2018년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하고 글로벌 투자 기회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김 의장만 의장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 이사들이 모두 교체되는 만큼 '리더십 개편'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개편은 카카오에 대한 리더십을 새로 세우는 차원이기도 하다"며 "김범수 의장의 의장직 사임은 앞으로 창업주이자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서 해외를 중심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사내이사 3명은 이번에 모두 교체될 예정이다. 남궁 내정자와 김성수·홍은택 카카오 얼라인먼트 센터장이 후보로 올랐다. 이같은 이사회 개편안은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