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장소는 용산 국방부 청사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에 대한 당선인의 철학을 반영한 선택지라는 설명이지만 급하게 추진되는 집무실 이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시로 보고받는 '검찰총장식' 업무 스타일 반영?
18일 권영세 부위원장을 포함한 인수위원들은 국방부와 외교부 청사에 대한 현장 답사를 마쳤다. 인수위 측은 윤 당선인의 최종 결정을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이전 장소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방부 청사 선택지를 더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내부에서는 이미 집무실 이전에 따른 이사를 통보받고 준비를 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평소 본인의 업무스타일과도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현 청와대는 집무실과 비서동과의 물리적 거리로 수시로 대화를 할 순 없는 구조다. 때문에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언제든 참모들과 마주보고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업무 경험이 주효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인의 업무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며 "검찰총장 시절처럼 참모들을 한 건물에 두고 수시로 보고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일하는 정부'라는 당선인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른 당선인 측 관계자도 "수사할 때도 차장, 부장 뿐 아니라 실무자들도 수시로 불러 보고받고 의견 나누며 토론하는 스타일이다. 본인이 궁금한 것을 못 참아 바로 물어보는 성향이라 새벽이건 휴일이건 수시로 전화하고 휴일에는 집 근처로 불러 보고받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도 직접 '소통 공간'으로서의 대통령 집무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후보시절인 지난 1월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대통령실에서는 참모들뿐만 아니라 분야별 민간합동위원회 관계자들과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연락관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속도전'에 완급조절 필요하단 우려도
하지만 인수위 내부에서도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집무실 이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 취임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 공백 위험을 안으면서까지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임태희 당선인 특별고문은 지난 1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시간에 쫓겨서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다가) 국방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시기 완급은 조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주선 의원 또한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져도 내부를 고치고 손 봐야 할 것도 있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공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 두 달 미루어지는 걸 가지고 왜 약속을 안 지켰냐는 얘기를 하겠느냐"며 속도조절의 가능성을 띄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점심식사를 위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김은혜 대변인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인수위 내부에서도 청와대 이전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방향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집무실이 어디로 가는지 장소의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일하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한데 정치 쟁점화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 사안인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당선인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집무실 이전 시기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 "시기와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며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선에서 충분한 컨센서스 도출과 인수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이른 시일 안에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봄꽃이 지기 전에는 청와대를 국민들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시기를 못 박으면서,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현장답사를 마친 인수위원들은 집무실 이전 대상으로 압축된 두 청사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윤석열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들의 종합적 의견을 듣고 청와대 이전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