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인천 계양구청장 선거 및 최근 총선·대선 득표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인천 계양구는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등 선출직 18석 가운데 14석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일 만큼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 말기에 열린 2번의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의 손을 들어준 곳이기도 하다. 3기 민주당 정권이 끝나고 보름 뒤에 열릴 이번 선거에서도 이 징크스가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박형우 현 구청장 3선 연임으로 출마 불가…굳건한 민주당 지지세
29일 인천 정가에 따르면 계양구는 인천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제3대 민선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계양을) 국회의원이 계양구 지역구에서 5선을 지냈고,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인 유동수(계양갑) 의원도 재선 의원이다. 유 의원 앞에는 3선의 신학용 전 국회의원이 있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처음 지역구가 만들어진 계양구에서 국민의힘(혹은 전신) 소속 후보가 금배지를 따낸 경우는 송 의원이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열린 2010년 18대 재보궐 선거가 유일했다.
국힘, 민주당 정권 말기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승리
구청장 선거 결과는 총선 결과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 총 7번의 선거에서 5번은 민주당 소속이, 2번은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시기적으로는 국민의힘이 한나라당 시절인 2002년과 2006년이었다. 2002년은 김대중 정권 마지막 해, 2006년은 노무현 정권 말기였다. 당시 민주당 정부에 실망한 주민들이 구청장 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정치 내력 때문에 이번 구청장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9일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2.31%를 득표해 43.52%를 얻은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을 8.79%p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가장 큰 패배 요인으로 분석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또 역대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 후보가 당선됐을 때 득표율을 보면 2002년 민주 37.9% 대 국힘 49.3%, 2006년 민주 32.3% 대 국힘 60.1%로 국민의힘의 득표가 월등히 앞섰다.
특히 2002년 당시 계양구민들은 지방선거 때는 국민의힘 후보 손을 들어줬지만 같은 해 열린 대선에서는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53.9%를, 이회창 후보에게는 40.7%의 지지를 보냈다. 그만큼 계양구민들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의미다.
서울·경기 출퇴근 인구 많아…인구감소·베드타운 이미지 탈피 급선무
지리적으로 계양구는 인천 동쪽 끝자락에서 서울과 경기를 잇는다. 계양구를 관통하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부터 서울 서부권역을 잇는 경인고속도로, 인천공항철도까지 육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다. 그래서 계양구에는 서울과 경기도로 출·퇴근하는 젊은 층 인구가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주거 밀집 지역 성격이 짙은 '베드타운' 이미지에 갇혀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구도 점차 줄고 있다. 2017년 19대 대선 때 27만명 대를 유지하던 계양구 선거인 수는 1년 뒤인 2018년 지방선거 때는 26만명대로 떨어졌고, 지난 대선 때는 25만 8천명으로 더욱 줄었다. 오는 6월1일 이후 정해질 새로운 계양구청장에게 구민들이 바라는 것 중 하나가 '도심 활력'인 이유다.
최근에는 계양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주거지와 함께 서운산업단지, 계양테크노밸리, 계양 스마트산업단지 등 일자리 창출 사업들도 대거 추진되고 있다. 주거지와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이번 선거에서도 이와 유사한 공약들이 나올 전망이다.
또 산업단지 개발과 맞물려 철도망과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축된 구도심도 활성화해 정주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인천 계양구청장 예비후보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나대기·이용범 예비후보, 국민의힘 고영훈·조동수·이병학·이병택 예비후보. 각 후보 측 제공민주 나대기·이용범…국힘 고영훈·이병택·이병학·조동수 예비후보 등록
이번 계양구청장 선거는 박형우 현 계양구청장이 3선 연임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되면서 모든 후보에게 기회가 열렸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도 적극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이날까지는 민주당에서 2명, 국민의힘에서 4명이 각각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8대 인천시의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이용범(69) 예비후보와 나대기(64)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계양구협의회 의장이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정식 후보 등록 절차까지 5~6명의 추가 후보 등록이 예상된다.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경선이 곧 본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선이 예고된다. 구청장 경선은 보통 지역위원장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후보 개인 역량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시당 위원장인 유동수(계양갑) 의원은 선거를 총괄해야 하는 자리고, 대선 패배 후 당대표직에 물러난 송영길(계양을) 의원이 지방선거에 깊게 개입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 탈환에 성공한 국민의힘에서는 지역구 3선의 이병학(63) 구의원(계양나), 4대·6대 구의원을 지낸 조동수(70) 전 구의회 의장, 지난 계양구청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본선을 치른 고영훈(68) 전 후보, 이병택(58) 인천시당 부위원장이 각각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3번의 구청장 선거 결과를 보면 계양구가 국민의힘 입장에서 얼마나 험지인지 드러난다. 5회에서 민주당 53.97%, 한나라당 32.22%. 6회 새정치민주연합 54.7%, 새누리당 41%. 7회 민주당 68.85%, 자유한국당 21.65%이었다. 모두 민주당이 과반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구청장을 가져간 2002년과 2006년은 모두 민주당 정권 말기였다. 정권교체 직후 치르는 이번 선거에서도 그때처럼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보수정당 후보 투표로 이어질지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