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메가시티. 경남도청 제공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동맹'을 맺고 몸집을 키워 지역 경쟁력을 키울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경남·전남·전북 시군을 비롯해 경기남부, 강원, 대구·경북, DMZ 접경지역 등 행정 구역 경계를 넘어 하나로 뭉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두로 치고 나온 것이 바로 부산·울산·경남 광역 시도가 뭉친 '부울경 메가시티'다.
3년 전 수도권 과밀 문제와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극 체제 전환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처음으로 제안한 이후 먹거리·광역교통·수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를 이어오다 이제서야 결실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 집중 폐해를 없애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광역 시도가 뜻을 모아 특수 형태로 만든 '특별지방자치단체' 국내 1호 탄생이 임박한 상태다. 공식 명칭은 '부울경 특별연합'이다.
그런데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에서 부울경 메가시티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힘 경남지사 후보들, 서부경남 소외 '부울경 메가시티' 재검토 시사
'냉탕'같은 상황은 이렇다.
우선 지금까지 출마를 공식화한 국민의힘 유력 경남지사 후보들은 모두 부울경 메가시티에 부정적인 생각을 나타내며 '재검토'를 시사했다.
'몸집'을 키워 사람과 돈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수도권에 대응하고자 시작한 메가시티인데, 오히려 그 '몸집'이 메가시티 안에 또 다른 지역이 소멸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출마를 선언한 박완수 국회의원(창원의창)은 "부울경이 한 몸으로 수도권에 대응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몸집만 키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경남은 부산과 또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 메가시티가 된다면 서부경남을 비롯해 소멸 위기 지역이 더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동부와 서부, 그리고 도시와 농·어촌으로 섞인 경남의 상황이 단일 시도인 부산·울산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부울경의 정책 연대는 과거에도 해왔기 때문에 특별지자체가 필요한지 도지사가 된다면 도민 여론을 수렴해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판단을 하겠다"며 재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박완수 의원. 후보 캠프 제공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부울경 메가시티의 '알박기'를 중단하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출범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박 의원 처럼 이 예비후보도 "부울경 메가시티는 자칫 부산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또 다른 집중과 서부경남 등 또 다른 지역의 소외와 제외의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새로운 지사와 의회가 재검토하고 바람직한 방안을 강구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부경남, 그 중에서도 중심인 창원에 기반을 둔 두 후보이다보니, 서부경남에 더 집중하려는 듯 '서부경남 소외론'을 부울경 메가시티의 반대 이유로 꺼내들었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서부경남에 어떤 소외·소멸 등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다만 경남도는 25조 원에 이르는 광역교통·도로망 구축, 70조 원을 투자하는 중단기 과제 포함 216개 먹거리 사업을 서부경남 발전을 위해 집중적으로 투입한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부울경 메가시티 완성 속도…특별법 제정 추진
'온탕'의 상황도 맞닥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쏘아 올린 '부울경 메가시티'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재검토' 기조가 강한 국민의힘과 상반된다.
민주당은 부울경 메가시티 규약만으로는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며 실질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특별법 제정 관련 토론회를 연 김두관 의원(양산을)은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쳐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법 제정 토론회. 김두관 의원실 제공그는 "자치단체 간 협의에만 의존할 경우 자칫 추진에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메가시티 차원의 큰 구상을 위해서는 본격적인 특별법 제정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구성 절차와 사무권한, 재정 등에 대해 보다 강제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정호 경남도당 위원장(김해을), 이상헌 울산시당 위원장(울산북구), 전재수 의원(부산북강서갑), 최인호(부산사하구갑) 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민주당 입장에서는 특별법 추진과 별개로 문재인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초광역협력 사업의 성과인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이 임기 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제2의 수도권이 될 부울경 메가시티 탄생의 최대 성과를 기반으로 최근 대선에서 기울여진 경남 판세를 좀 더 만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경남도의회에서도 부울경 메가시티에 부정적인 일부 국민의힘 도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규약안 처리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방선거 쟁점 급부상…'국내 1호' 4월 규약한 통과 여부 관건
그러나 국민의힘 유력 경남지사 후보들의 부울경 메가시티 '재검토' 발언이 출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놓고 경남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과 국민의힘이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 벌써 울산에서는 국민의힘 일부 시장 후보들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경남도청 제공부울경 특별연합의 설치 근거가 될 규약안이 시도 의회에서 모두 통과해야만 행정안전부의 승인·고시로 이르면 4월 안에 출범이 가능하다.
만약 시도의회 어느 한 곳에서 규약안 통과가 무산된다면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논의가 미뤄지고, 새로운 민선 8기 지방정부가 부울경 메가시티를 재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방선거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경남지사 선거전을 비롯해 청사 유치에 뛰어든 창원·김해·양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국내 1호 특별지차체'로 되기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