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박두선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정권말 알박기 인사'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 회사 과반 지분(55.7%)을 보유한 국책은행 산업은행(산은)이 사측에 대표이사 선임 일정을 예정보다 조속히 진행해 달라는 취지로 구두요청 했고, 이후 박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대우조선 이사회 일정이 대선 하루 앞으로 앞당겨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산은의 인사 관여 여부가 쟁점화 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산은은 인사 관여는 사실이 아니라고 줄곧 선을 긋고 있다.
대우조선 대표이사는 외부인사로 구성돼 독립적 관리·감독기구의 성격을 띈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경관위)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우조선 이사회가 이를 의결한 뒤 주주총회 가결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박두선 대표 선임 경과 자료에 따르면, 경관위는 올해 1월12일 대우조선의 요청으로 후보자 추천 절차를 개시했으며, 2월24일 최종 대표이사 후보자를 박두선 대표로 추천했다.
이에 대우조선 이사회는 3월8일에 박 대표 선임안 등을 주주총회에 부의하기로 의결했고, 같은 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안이 가결됐다.
그런데 금융권에 따르면 20대 대선 하루 전날인 3월8일에 열린 이사회는 당초 계획상 14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앞당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은은 대우조선 측에 이사회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기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구두 권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권고는 2월17일 산은 구조조정2실에서 대우조선 측 실무진에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인사 과정에 개입한 적 없다'는 산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대목이다.
논란이 일자 산은은 5일 입장문을 내고 "대우조선 이사회 일정과 후보 추천 절차에 개입한 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이 이사회 개최일을 당초 검토한 3월14일에서 3월8일로 변경한 점과 관련해 산은은 대우조선에 이사회 일정을 대선 전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우조선은 경관위가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후보를 추천한 이후 이사회에서 최대한 조속히 후보를 확정해 경영진 공백과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며 "대우조선에 확인한 결과 이사회 개최일을 3월14일에서 3월8일로 변경한 시기는 2월17일 경으로, 박 대표가 경관위에서 대표이사 후보자로 추천된 2월24일 이전"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에 이사회 날짜를 특정해 앞당겨 달라고 한 적은 없으며, 일정 변경이 이뤄진 시기도 경관위의 후보 추천 전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다. 입장문엔 산은의 구두요청 사실은 빠져있고, 대우조선이 위태로운 경영 환경 속 내부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조기 이사회를 개최한 것처럼 설명돼 있어 논란을 완전히 진화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후보추천권을 쥔 경관위는 대우조선 분식회계 문제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5월에 출범했고, 이때 구성된 위원 8명 가운데 7명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사 입김이 통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선 경관위 지원단은 산은의 실무조직으로, 여기서 후보자 검토서를 작성해 관리위원들에게 전달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산은은 입장문에서 "경영진 후보자에 대한 산은의 별도 검토 의견 등을 경관위에 제시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인사를 정권말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외형상 민간기업의 의사회 의결이란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나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자초하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며 "감사원에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곧바로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