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의과대학 홈페이지 캡처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2018학년도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시험에 응시할 당시 신설된 '지역 인재 특별전형'이 대구시에서 요청한 지 18일 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실이 지난 19일 경북대에서 제출받은 2017년 공문 수발신 내용과 대구시 공문을 보면, 대구시는 4월 7일 '지역 인재 입학기회 확대를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경북대로 보냈다.
"의대 학사편입 등 각 과정별 학생 모집 시 지역대학(고등학교) 졸업자 선발 비율을 명시하는 등 일정비율 이상 선발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공문을 받은 경북대 입학과는 4월 10일 의과대학에 의견 조사 공문을 보냈고, 같은 달 13일에 의전원·간호대학 합동행정실은 입학과에 의대 편입학 향후 모집계획 문서를 발송했다. 이어 19일에는 의전원·간호대학 합동행정실이 '전형 기본계획(안)'을 입학과에 보냈다.
입학과는 이 계획안을 승인하는 공문을 24일 의과대학에 전달했으며, 다음날인 25일에는 교육부에 학사편입학 전형 기본계획을 제출했다.
2017학년도 '일반전형'과 2018학년도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평가기준이 달라지지 않았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같은 스펙으로 2017학년도 '일반전형'에는 탈락하고, 2018학년도 대구·경북 지역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출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인재 특별전형'에는 합격했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정 후보자는 해명 기자회견에서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원래 다른 학교들에 다 있었던 건데 전국에서 실행하지 않았던 학교 두 군데가 경북대와 영남대"라며 "대구시에서 간곡하게 요청해서 특별전형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별전형이 오롯이 '대구시의 요청'으로 생긴 것인지, 당시 경북대병원장이었던 정 후보자가 관여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병역비리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앞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최종윤 의원은 "경북대는 일반전형만 만드는데도 통상 두 달이 걸리는데, 2018학년도에는 새 전형을 신설하면서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특정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특별전형이 만들어진 과정에 부정한 측면이 있다면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갑작스러운 전형 신설 자체에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대입전형의 변화는 많은 수험생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미리 공유되어야 한다. 고등교육법상 '대입전형 사전 예고제'가 존재하는 이유다.
원서접수 3개월 전 모집요강 공개…교육부 기본계획상 문제없어
교육부 제공교육부는 지난 2017년 3월에 2018학년도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상 각 대학의 학사편입학 모집요강은 원서 접수 개시일 기준 3개월 이전부터 공개돼야 한다. 교육부는 지원자가 전형 대비에 용이하도록 전형요소별 배점방식 사전공개 원칙을 내세우기도 했다.
경북대는 2017년 7월 18일에 2018학년도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모집요강을 공개했다. 다음 달인 8월 22일에는 학사편입학 설명회를 열었다. 이후 두 달여 지난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원서를 접수했다.
원서 접수 개시일로부터 대략 3개월 이전에 모집요강을 공개했기 때문에 교육부 기본계획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대구시가 경북대에 '18일 만에' 특별전형 만들어달란 요청 안 해
대구시가 2017년 4월 7일 경북대에 보낸 '지역인재 입학기회 확대를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면, 기한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다. 즉, 공문상으로는 경북대가 대구시의 협조에 응해 반드시 당해에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만들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대구시청 교육협력정책관실 관계자는 2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특별전형을 만들 때 대학이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18일 만에' 특별전형이 신설된 것에 대구시의 요청이 있었는지 묻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대학에서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대구시 공문에서 지역인재를 일정비율 이상 선발하자며 '의대 학사편입'이라는 구체적 방식을 명시한 걸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경북대는 2018학년도에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의대 학사편입'에만 적용하고, 오히려 수시모집 경쟁률이 낮은 학과들에는 도입하지 않았다.
지역인재 특별전형의 취지는 수도권 대학으로 떠나려는 지역인재를 지역에 남도록 하기 위해, 말 그대로 특별히 우대하여 입학 경쟁의 장을 따로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대학 의과대학에는 애초에 지역인재는 물론, 수도권 인재들까지 입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수시모집 전국단위 일반전형 경쟁률은 18대 1, 논술전형은 162대 1이었다. 또 학생부교과 지역인재전형은 10.14대 1, 학생부종합 지역인재전형은 10.29대 1로 나타났다.
이에 대구시청 관계자는 "지역 내 의학전문대학원들이 폐지된 상황에서 지방대육성법 제15조와 시행령 제10조에 따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대구시가 경북대에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반박했다.
2018학년도 경북대학교 수시모집 요강 일부. 경북대 홈페이지 캡처'대입전형 사전 예고제' 신입학엔 유효, 편입학엔 무용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 시험에서는 총 33명 중 16명을 일반전형으로, 17명을 지역 인재 특별전형으로 뽑았다. 2017학년도에도 33명을 선발했지만 모두 전국단위 일반전형이었기에 대구‧경북 고교‧대학 출신이 아니라도 지원할 수 있었다.
이를 참고해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을 준비한 관외 수험생이라면, 신설된 특별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리가 절반 넘게 줄어든 셈이다. '대입전형 예측 가능성 제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전 예고제는 2014년 고등교육법에 처음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는 대입 정책 공개시기를 3년 3개월 전에서 4년으로 앞당기기도 했다. 그만큼 학생·학부모가 대입에 관한 내용을 미리 아는 게 중요하단 뜻에서다.
이런 4년 주기 안에 △대입정책(교육부) △대입전형기본사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전형 시행계획(대학) △모집요강(대학)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대학은 모집단위(계열)별 모집인원, 지원자격, 수능 필수 응시영역, 전형요소 및 반영비율, 학생부 반영 교과,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및 가산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발표해야 한다.
한 번 공개된 전형계획을 대학 임의로 바꿀 수 없다. 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개편과 정원조정, 기본사항 변경, 행정처분 등의 예외사항일 경우에만 대교협의 승인 하에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 예고제는 대학 신입학에만 적용되고, 편입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편입학 지원자들은 원서 접수 전까지 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최종 모집요강을 계속해서 확인하는 불편을 겪는다. 신입학 대상인 고교 2학년생들은 4월이면 세부적으로 확정된 대입 전형 내용을 알고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교육부 관계자는 2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편입은 기본적으로 결손 인원이 발생한 전제 하에 뽑는 것이기 때문에 신입학과 달리 대입 정책 사전예고제를 적용할 수 없고, 편입학에 적용할 관련 법조항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 따르면 편입학도 모집정원이 예측된다면 전형 변화를 예고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경북대 의대는 편입학 정원이 2017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매년 33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정해졌음에도, 2018학년도 지역인재 특별전형 신설을 원서 접수 3개월 전에 공표했다. 이에 대해서도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학사편입학 기본계획이라는 큰 틀을 대학에 제공하는데 전형 관련해서는 정원내와 정원외로 선발하도록 하고 있고, 전형 세부 내용은 대학의 자율"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도 "2017학년도부터 대학편입학에 지역인재를 선발하라고 권장했는데 경북대가 2018학년도부터 적용했다고 해서 문제되진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 관련 의혹에 대한 교육부 특정감사를 촉구했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경북대로부터 정 후보자 자녀의 편입학 의혹과 관련한 감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으며 감사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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