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 시위. 연합뉴스남미 파라과이에 독일에서 온 이민자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독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규제들과 늘어나는 무슬림 이민자들을 피해 대서양을 건넌 것이라고 영국 BBC 스페인어판인 BBC 문도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독일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파라과이 남부의 '콜로니아스 우니다스' 지역엔 새로 이사 온 이들의 짐을 실은 컨테이너와 주택 신축 공사 현장을 많이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사이 독일인에게 발급된 파라과이 거주권은 1천324건으로, 이웃 브라질 국적자들 다음으로 많았다.
또 이민 당국에 정식 등록되지 않았으나 정착을 위해 파라과이에 온 독일인이 같은 기간 수천 명에 달한다고 BBC는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콜로니아스 우니다스를 비롯한 파라과이 일부 지역엔 이전에도 독일 이민자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었다.
19세기 말부터 일찌감치 새로운 땅을 찾아 유럽서 건너온 이들이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더 많은 이들이 찾아왔다.
당시 남미로 건너온 독일인들 중엔 나치 추종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죽음의 천사'로 불렸던 생체 실험 의사 요제프 멩겔레가 대표적이다.
최근 독일인들의 파라과이행이 다시 늘어난 요인 중 하나는 코로나19였다.
콜로니아스 우니다스로 건너온 독일인들 다수는 독일엔 백신 접종 등을 개인이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가 없다고 비판한다고 BBC는 전했다.
플로렌틴 스테메르는 "백신을 맞지 않기로 결정한 후 모든 것을 잃었다"며 코로나19가 독일을 분열시켰다고 말했다.
독일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다 무산됐으나 미접종자는 식당 출입 등에서 제약을 받는다.
파라과이도 역시 접종이 의무는 아니며, 다만 올해 1월부터 입국자가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러한 입국 규제가 도입된 이후 볼리비아를 거쳐 육로로 무단 입국하는 독일인들도 수천 명에 달한다고 BBC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접종자들이 밀입국을 택한 탓에 그들의 세간을 실은 컨테이너가 항구에 묶여있는 경우도 있다.
독일에 늘어나는 무슬림 이민자들도 일부 독일인들의 파라과이행을 부추겼다.
BBC는 파라과이 현지에서 인터뷰한 독일인들 전부가 무슬림 이민자들을 파라과이행의 이유로 언급했다며 "이민자들을 피해 온 이민자들"이라고 표현했다.
4년 전에 파라과이로 온 '하나'라는 이름의 여성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온 후로 독일이 너무 위험해졌다"며 "독일은 이제 우리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일 내에서는 최근 파라과이로 이민 간 이들을 극우주의자들로 보는 시각이 있다.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는 지난해 12월 기사에서 "백신 반대론자들이 파라과이로 이민하고 있다"며 "파라과이가 독일에 있는 민주주의 반대자, 극우주의자, 음모론자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도 최근 기사에서 "독일 극단주의자들이 세금과 백신, 무슬림이 없는 천국을 찾아 파라과이로 이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