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희철 감독과 가족. KBL 제공"뭐에 꽂히면 파고드는 스타일이거든요."
SK 전희철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3개의 물음표를 언급했다. 바로 최준용과 자밀 워니, 그리고 자신이었다. 3개의 물음표를 지우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최준용과 워니는 정규리그 MVP로 물음표를 지웠다. 전희철 감독 역시 마지막으로 남은 물음표를 통합우승으로 지웠다.
SK는 10일 끝난 챔피언결정전에서 4승1패로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창단 처음으로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전희철 감독은 펑펑 울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애써 눈물을 참았다.
전희철 감독은 "안 울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선수 때도, 코치 때도 우승해봤다. 그 때도 울었는데 오늘은 여러 생각이 지나가면서 울었다"면서 "원래 눈물이 많으 편은 아닌데 50대가 되면서 이상해졌다. 드라마를 보다 눈물이 나고, 마음이 여려진 것 깉다. 내가 마음이 강했으면 밀당이 안 됐을 텐데 약해져서 된 것 같다"고 눈물을 훔쳤다.
정규리그 1위.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전희철 감독에게는 초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게다가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정규리그에서 1승5패 열세였던 KGC. 전희철 감독에게는 스트레스였다.
전희철 감독은 "솔직히 살이 엄청 빠졌다. 초보 감독이라 힘든 것을 떠나서 SK의 이슈가 최준용, 워니 전희철까지 물음표 3명이라고 했다. 오늘로서 물음표를 살짝 지운 것 같아서 좋다"면서 "컵대회부터 지금까지 매 경기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플레이오프에 올라왔을 때 선수들보다 내 이름이 더 많이 거론된 것이다. 초보 감독이 어떻게 풀어갈까라고 하는데 그 스트레스는 말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희철 감독은 "운도 따랐다"고 했다.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바로 챔피언결정전 준비를 시작했지만, 상대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KGC가 4차전에서 승부를 마무리하면서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전희철 감독은 "KT가 올라오면 5차전까지 가서 체력을 빼고, KGC가 올라오면 4차전에서 끝나야 준비할 시간이 있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면서 "만약 5차전에서 KGC가 올라왔으면 1, 2차전은 힘들었을 것 같다. 이틀 수비 훈련을 하는데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났다. 우왕좌왕하다가 사흘째부터 스위치 수비 타이밍이 맞아들어갔다. 그 운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초보 감독이 통합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힘은 결국 노력이다.
전희철 감독은 "노력은 많이 했다. 게임도 좋아하고, IT도 좋아한다. 뭐에 꽂히면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책을 안 보다가도 코치 시절 책을 100권 몰아본 적도 있다"면서 "지금은 감독이니 어쩔 수 없이농구에 꽂혀야 하니까 노력을 많이 했다. 성격 자체가 노력을 안 하고 진다면 스스로에게 화를 낸다. 완벽주의 성격이다. 몇 점을 줘야 할지 모르겠고, 노력을 100%로 할 수는 없으니 97~98%까지는 노력한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