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와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왼쪽부터) 사진 연합뉴스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자신의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중 해저터널 건설' 공약을 빼기로 했다. 사업비용과 기간, 시설 소유권 등 광역자치단체 단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주요 이유로 보인다.
유정복 캠프 관계자 "중장기 비전 사업으로 변경키로"
14일 유정복 선거캠프 등에 따르면 유 후보 측은 최근 인천시장 선거 공식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공약집 등에 수록할 공약을 정하는 과정에서 '한-중 해저터널 건설' 공약과 '유엔(UN)본부 인천 유치' 공약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한·중 해저터널은 출마 선언 때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최근 수차례 검토 끝에 공약에서 빼기로 했다"며 "공약에서 제외하지만 아예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며, 중장기 비전사업으로 변경해 당선 후 사업의 타당성과 로드맵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출마 선언 전 자서전 통해 처음 공개…정치권 "실현 가능성 의심"
유 후보의 '한중 해저터널 건설' 공약은 인천과 중국 웨이하이 사이의 바닷 속에 341㎞ 길이의 터널을 건설해 두 도시는 물론 유라시아철도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올해 2월 유 후보가 출간한 자서전 'www.유정복.com'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유 후보는 "'뉴홍콩시티 건설'과 '한·중 해저터널 건설'로 인천을 일류 도시로 만들겠다"며 해당 공약들을 출마선언식을 비롯해 여러 언론사 인터뷰, 경선 TV토론회 등에서 주요하게 내세웠다.
그러나 이 공약들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재원 마련 문제, 실현 가능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 후보 경선 때는 경쟁후보들이 "마구잡이 공약이 아니냐"며 유 후보를 몰아 부쳤지만 유 후보는 "내가 하면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유 후보는 "(해당 사업이) 허황되고 장기 국가사업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구체화하려면 중앙정부와 공조가 있어야 하고 양국 지도자 간의 합의 과정도 필요하다"며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가 감지됐고, 결국 최근 공약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박남춘 "무책임한 공약으로 시민 우롱"…뉴홍콩시티 공약은?
유 후보가 주요 공약인 '한-중 해저터널 건설'과 '유엔본부 인천 유치' 공약을 제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쟁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 측은 "무책임한 공약으로 시민을 우롱했다"고 비난했다.
유 후보가 주요 공약이었던 한-중 해저터널 건설사업이 제외되자 또 다른 대형사업 공약인 '뉴(New) 홍콩시티 조성사업'도 경쟁후보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뉴홍콩시티 조성사업은 홍콩에 대한 중국의 지배권이 강화되자 홍콩 탈출 기업, 금융기관, 국제기구 등을 유치해 인천을 제2의 홍콩을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후보는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강화도, 한상드림랜드 등에 뉴홍콩시티를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박남춘 후보 측은 이 사업이 천문학적 재원, 기업 유치 방안, 외국인 수용 계획 부재 등의 이유로 해당 공약도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논평을 통해 "해당 기업 종사자와 그의 가족 등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홍콩인을 어떻게 수용하겠다는 거냐"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공개하라"고 밝혔다.
유정복 후보 측 관계자는 "뉴홍콩시티 공약의 사업비는 아직 예산 추계를 하지 않았다"며 "당선되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구체적인 방안 등을 협의해 바로 이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