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창원 기자2주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 인준 카드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장고가 길어지고 있다. 당초 부결 목소리가 강했지만 보름 뒤 지방선거가 열리는 데다 박완주 의원 성비위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인준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6일 의원총회에서 한 후보에 관해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 같다"며 "민생 안건인 추경과 부동산, 박 의원 제명 안건을 논의해야 해서 다음 의원총회 때 논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총회가 오전 9시30분에 열리는데 30분 뒤인 10시 본회의가 열려 한 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표결을 위한 본회의라도 열자며 연일 압박 공세를 펴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준 여부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후보 인준을 부결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다수당의 반지성주의'를 언급하며 민주당을 에둘러 겨냥하면서 당내 반발 기류가 거세지기도 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원 기자김민석 의원은 자신의 SNS에 "한 후보자는 김앤장 로비스트 출신 퇴직자"라며 "인준이 불가피하다고 봤던 나 같은 사람도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인준이 필요하면 달리 사람이 없으니 이해해달라는 사과로 설득해줘야 한다"며 "설득은 대통령의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를 마친지 2주가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이 한동훈·정호영 후보 카드와 연계될 가능성과 여론의 역풍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들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마 1순위로 정했던 '소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와 한 총리 후보의 낙마 카드를 맞바꾸는 것은 한 후보자 청문회 이후 어렵게 됐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낙마 필요성을 충분히 조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되레 부실한 실력을 드러낸 각종 논란으로 불리한 지형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지방선거가 보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발목잡기 프레임'이 강화될 경우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당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특히 박완주 의원의 성폭력 의혹까지 터지면서 민주당의 도덕적 정당성은 토대부터 타격을 입었다. 윤 대통령이 낙마 대상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불통', '독선'을 명분 삼을 수 있으므로 한 후보자 인준 결론이 급하지 않다는 당초 민주당 판단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계산할 사안이 추가되면서 판단이 더 어려워진 셈이다.
민주당의 곤궁한 처지를 놓치지 않고 새정부 발목잡기와 성폭력 이슈를 전면에 내건 국민의힘의 대야공세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통합 행보를 통해 민심에 직접 호소하는 상황이라, 민주당의 입장 선회도 차츰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력'과 '협치'를 강조하고, 18일에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 42년 기념식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전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지만 인준했으면 좋겠다"며 "맡긴 후 나중에 책임을 묻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인준을 해야 한다"며 "도무지 미덥지 못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진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 민주당 의원은 "부결 여론이 강했지만 최근 여러 종합적인 고려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번주 중으로 의원총회를 연 뒤 한 후보자 인준 표결 여부 등을 결론 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