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은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3발의 탄도미사일을 '섞어 쏘기'로 발사했다.
ICBM은 북한이 최근 전력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화성 17형으로 추정되고,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은 KN-23, 즉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보인다.
신형 ICBM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핵 투발 능력이라면, 단거리탄도미사일은 한국과 일본, 주일 미군기지 등을 겨냥하는 전술 핵능력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에 신형 ICBM을 먼저 발사한 뒤 6시 37분경과 42분경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북한이 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섞어서 쏜 것은 전략핵과 전술핵 등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을 총체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신형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연합뉴스"첫 번째 발사는 북한의 신형 ICBM 화성 17형으로 판단되고, 그 다음 2발의 SRBM, 단거리탄도미사일도 핵을 투발할 수 있는 성능을 개량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설명이다.
김태효 차장은 "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결국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멀리 쏠 것이냐, 짧게 쏠 것이냐, 그래서 섞어 쏘기는 한미동맹에 대한 동시 위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김정은 집권 이래 2종 이상 탄도미사일을 동시 발사한 최초 사례"라고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결국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ICBM 등 미사일을 섞어 발사함으로써 북한이 추구하는 다종의 핵 투발능력을 극대화해 보여주려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현상의 변화'를 의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도발을 할 때는 선전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과거에는 순방 직전이나 직후를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현재의 북미관계, 남북관계, 대북제재, 한미일의 대북 강경책, 북한의 코로나 상황 등 이 모두를 포함한 현상을 변화하고 싶은 모습을 보인 것이고, 현상 변화를 위해서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니 발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현상을 타파하려는 북한의 의도는 이번의 미사일 섞어 쏘기에 이어 향후 7차 핵실험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풍계리 핵실험장. 연합뉴스김태효 1차장은 "다른 장소에서 풍계리 핵실험 사전 준비를 위한 핵 기폭 작동시험이 탐지되고 있다"며, "하루 이틀 내 (핵실험) 가능성은 작지만, 이후 시점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핵무기의 기폭장치는 연쇄 핵분열이 원하는 시점에 정확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기폭장치 작동시험은 핵실험 준비단계가 임박했다는 징후 중 하나로 여겨진다.
북한은 지난 2017년에는 9월에 6차 핵실험을 하고 11월에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함으로써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바 있다.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 이후 2018년에 극적으로 대화의 문이 열리기는 했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에서 북미 간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극한의 긴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에는 북한이 신형 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핵 투발능력을 과시한 뒤 핵 실험으로 가는 흐름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전략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한반도 긴장수위가 일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평화를 관리해야하는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