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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쏴올린 '외계문명 전파' 술래잡기[코스모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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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쏴올린 '외계문명 전파' 술래잡기[코스모스토리]

    편집자 주

    '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식과 터전을 넓히는 '인류의 노력'을 바라봅니다.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 '코스모스토리' 시작합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 연합뉴스천문학자 칼 세이건. 연합뉴스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입니다." -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면 어두운 하늘 속에 밝게 빛나는 별이 한가득 반짝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별과 별 사이에는 항성, 행성, 암흑물질 그리고 자연 또는 외계문명일지도 모르는 곳에서 만들어낸 무수한 전파가 이동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에는 어디선가에서 만들어진 전파가 도달하고 있고 이러한 전파들을 전파망원경이 수신하고 있죠.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SETI)는 우주에 우리와 유사한 문명을 가진 외계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해 지구에 도달하는 전파를 분석합니다. 만약 과학 발전을 이룩한 문명이 존재한다면 그들도 자연의 법칙에 따라 통신방법을 구축했을 터, 원거리 통신을 할 때 전파를 사용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자기파를 줄여 말하는 전파는 공간상으로 퍼져나가는 전자기 파동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이 에너지는 우리 문명에서 통신을 하는데 가장 보편화되고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에너지의 성질 때문인데요.

    어떤 물리적 작용을 통해 공간 이동을 하려면 매질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공기, 고체와 액체 등의 매질을 통해서 전달되죠. 그런데 전파는 매질 없이도 전달이 됩니다. 게다가 전달 속도는 광속에 준합니다. 무(無)의 영역이라고 간주되는 우주 공간에서는 이만한 전달수단이 없습니다.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외계문명 전파 포착했다?


    중국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 Five-hundred-meter Aperture Spherical radio Telescope, FAST). 연합뉴스중국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 Five-hundred-meter Aperture Spherical radio Telescope, FAST). 연합뉴스
    최근 중국·미국 과학자들은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텐옌(天眼, Five-hundred-meter Aperture Spherical radio Telescope, FAST)'을 통해 지구에서 거문고자리 방향으로 약 437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케플러-438 방향에서 불가사의한 전파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지난 2015년 발견된 케플러-438에는 지구와 매우 유사한 행성 케플러-438b가 공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천문학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이 행성은 지구의 1.4배에 해당되는 크기를 가지고 있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존재하는 골디락스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액체 상태의 물과 단단한 암석 지각으로 이뤄져 있어 가능성을 더욱 높였죠.

    이러한 환경이 갖춰진 곳에서 인위적인 것으로 의심되는 전파가 수신됐다는 점은 충분히 놀랄 만한 일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찾던 외계 지적문명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신호가 외계문명에서 발신된 전파로 확인된다면 세계 최초로 외계문명을 발견하는 업적을 세우게 됩니다.

    연구팀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FAST를 이용해 전파를 수신하던 도중 인간의 전자기 무선 통신에 사용되는 '협대역(Narrow-band) 신호' 3개를 발견했습니다. 협대역 신호는 데이터 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 중에서 음성 신호에 비해 대역폭이 좁은 대역을 의미합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전파의 주파수 대역폭에는 협대역 신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을 근거로 연구진은 이 신호가 인공적인 영향을 받아 발생했다고 봤고, 이는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보낸 무선신호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항성과 그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항성과 그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연구팀이 주장하는 외계신호 포착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천문학계에서는 다소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전파신호를 탐색하면서 수차례 외계신호를 포착했다고 발표했지만 지구상의 다른 전자기기에 의한 전파간섭된 신호를 수신했다고 밝혀지는 등 해프닝으로 끝난 사례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례가 하나 둘 생겨나면서 과학자들은 외계신호 수신 여부만큼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SETI 수석 과학자 댄 워티머는 라이브사이언스에 "외계인이 아닌 지구에서 나온 전파의 간섭 현상 때문에 잡힌 신호일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관측 과정 도중 우주에서 오는 전파와 인간이 만든 전파가 간섭하게 되면 마치 우주 어딘가에서 보낸 외계인의 신호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우주 속 외계문명의 전파를 찾는 도중 전파망원경은 협대역 신호를 보내는 휴대전화, TV 레이더, 위성 신호를 함께 받게 됩니다.

    FAST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인만큼 수 광년 떨어진 무선 장치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감도 역시 매우 민감합니다. 이 말은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FAST는 초당 400억 개 수준의 전파를 관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서 지구에서 발신하는 전파와 간섭된 우주 전파를 배제해야 합니다.

    과거의 오인 사례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지난 2019년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에서 제일 가깝다고 알려진 프록시마 센타우리 항성계에서 외계문명의 신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약 2년이 지난 시점에 장비 오작동으로 전파간섭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추가로 발표되기도 했죠.

    또한 지난 2011년부터 약 3년 동안 호주 파크스 전파망원경에 수신된 외계발 추정 전파 신호는 과학자들이 점심시간에 돌린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SETI 후보 전파 'WOW! 신호'


    1977년 빅 이어 전파망원경을 통해 WOW! 신호가 발견됐을 당시 컴퓨터 프린트 용지의 컬러스캔 이미지. 북아메리카 천체물리 관측소(North American Astrophysical Observatory, NAAPO) 제공1977년 빅 이어 전파망원경을 통해 WOW! 신호가 발견됐을 당시 컴퓨터 프린트 용지의 컬러스캔 이미지. 북아메리카 천체물리 관측소(North American Astrophysical Observatory, NAAPO) 제공
    그렇다면 외계 문명의 신호는 지금까지 한번도 수신된 적이 없었을까요?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유명한 외계신호 추정 수신사례가 한 건 있습니다. 바로 'WOW! 신호(WOW! Signal)' 입니다.

    지난 1977년 8월 15일, SETI 프로젝트의 일반 참여자였던 천문학자 제리 R. 이만(Jerry R. Ehman) 교수는 수신된 외계 전파의 로그를 프린트해서 분석하던 도중 매우 특별한 신호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프린트에는 신호의 세기에 따라서 1~9까지 숫자를 표기하고 9를 넘어서면 알파벳 A~Z로 표기해 기록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평상시 자연적으로 수신되는 전파는 1에서 4정도의 세기로 관측되는데 갑자기 눈에 띄는 부분이 나타났습니다.

    '6EQUJ5'

    순간적으로 알파벳으로 표시될 정도로 어떤 강력한 전파신호가 포착된 것입니다. 이 신호는 마치 지구를 정조준해서 날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력한 신호였습니다. 이에 놀란 제리 이만 교수는 바로 그 신호 옆에 'WOW!'라고 적었는데 이 일화로 인해 이 신호는 'WOW! 신호'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빅 이어(Big ear) 전파망원경. 북아메리카 천체물리 관측소(North American Astrophysical Observatory, NAAPO) 제공빅 이어(Big ear) 전파망원경. 북아메리카 천체물리 관측소(North American Astrophysical Observatory, NAAPO) 제공
    WOW! 신호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전파 관측소의 전신인 빅 이어 망원경을 통해 궁수자리 안쪽 방향으로 72초 동안 관측됐습니다. SETI 프로젝트 연구자들은 외계 문명을 발견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지만, 신호는 이때 수신된 이후로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WOW! 신호는 왜 72초만 수신됐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빅 이어 망원경의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빅 이어 망원경의 안테나는 관측 방향을 바꿀수 없는 지상 고정형 안테나로, 설계 당시 거대한 규모로 수신범위와 감도를 넓히고 지구의 자전에 따라 여러 방향에서 전파를 수신하는 구조로 건설됐습니다.

    이에 따라 WOW! 신호가 수신되는 동안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이 안테나로 궁수자리 방향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은 단 72초뿐이었던 겁니다. 지구의 자전을 활용한 수신범위의 확장이 오히려 중요한 순간에 발목을 잡았던 것이죠.

    만약 빅 이어 전파망원경이 수신방향을 바꿀 수 있는 구조였다면 인류는 WOW! 신호를 추적하면서 더 오랫동안 신호를 수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 사건 이후 다양한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궁수자리 부근의 신호를 탐색했지만 아무런 신호도 포착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신된 전파의 방향에서는 이를 발신할 만한 천체가 발견되지 않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았습니다.

    WOW! 신호는 혜성의 속삭임이었나? 외계문명의 속삭임이었나?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혜성. 연합뉴스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혜성. 연합뉴스
    하지만 천문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습니다. 2016년 천문학자 안토니오 패리스(Antonio Paris)의 연구팀은 WOW! 신호가 당시 지구 근처를 지나던 혜성에 의해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혜성들의 궤도를 추적했고 WOW! 신호 사건이 발생할 당시 지구에 근접한 혜성이 있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266P Christensen', '335P Gibbs'라고 명명된 두개의 혜성이 궁수자리 방향을 지나갔음을 확인했죠.

    이 혜성들로 인해 WOW! 신호가 발생했다면 천문학자들이 이후 전파를 추적했을 때 같은 신호를 발견하지 못했던 현상이 설명됩니다.

    천문학자들은 궁금했습니다. 과연 혜성으로 인해 WOW! 신호가 발생했는지 말이죠. 그래서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두 혜성이 다시 지구에 다시 접근하는 2016년 11월과 2017년 2월 천문학자들은 검증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혜성이 지구 옆을 다시 지나갈 때 WOW! 신호와 같은 신호가 있었는지 전파망원경을 통해 발생하는 전파를 확인해본 결과 '266P Christensen'의 꼬리 부근에서 WOW! 신호와 같은 전파가 포착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사실을 근거로 페리스 교수는 2017년 WOW! 신호는 혜성에 의해 만들어진 신호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외계문명의 신호가 아닌 해프닝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정보 부족', '검증 자료의 부정확성' 등 반론과 비판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혜성이 아닌 다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이아 인공위성이 우리은하를 비행하는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가이아 인공위성이 우리은하를 비행하는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이러한 가운데 WOW! 신호 가설의 애매한 증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습니다.

    2020년 11월 8일 아마추어 천문가 알베르트 카바레로(Alberto Caballero)는 유럽우주국이 관리하는 가이아(Gaia) 위성의 관측 데이터베이스로부터 WOW! 신호가 실제 우리은하 내 외계행성에서 발신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우주에서 활동을 시작한 가이아 위성은 우리은하 내부 약 13억 개의 별들을 관측하면서 은하 지도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카바레로는 이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WOW! 신호가 발신된 방향(궁수자리 부근)을 특정한 후 그곳에 존재할 수 있는 별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는 가이아 위성의 관측데이터를 통해 별의 궤도를 추적할 수 있었고. 별의 움직임을 과거로 시뮬레이션해 WOW! 신호가 발신된 궁수자리 방향으로 외계 문명체가 존재할만한 별을 탐색했습니다.

    특히 G형(황색 왜성)과 K형(주황색 왜성) 주계열성을 집중적으로 탐색했는데요. 그 이유는 우리 태양이 G형 주계열성이고 K형 주계열성도 G형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궁수자리 방향으로 태양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 '2MASS 19281982-2640123' 항성. PanSTARRS/DR1 제공궁수자리 방향으로 태양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 '2MASS 19281982-2640123' 항성. PanSTARRS/DR1 제공
    탐색결과 카바레로는 약 66개의 별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 별들 중에서 태양과 비슷한 항성 '2MASS 19281982-2640123'을 발견했습니다. 지구에서 1801광년 거리에 위치한 이 항성은 태양 대비 지름, 온도 그리고 밝기가 매우 비슷했습니다.

    그렇다면 포스트 태양계로 간주해 비슷한 궤도의 골디락스존, 비슷한 규모의 행성들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골디락스존에 지구형 행성이 존재한다면 WOW! 신호를 발신할 수도 있는 외계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카바레로는 해당 내용의 논문을 'arXiv' 아카이브에 올리며 "이 항성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외계 행성을 찾는 데 이상적인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논문은 생각보다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논문을 접한 상당수가 '다소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WOW! 신호에 대한 논쟁이 끝나지 않고 계속 거론되는 지금, 외계 문명을 찾고 있지만 아직 한 군데도 발견하지 못한 우리에게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WOW! 신호의 원인을 이 새로운 가설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수십년에 걸친 미스터리에 진정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천문학자들의 연구가 발표되는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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